오픈웹 소송 제1심 판결문

2008.08.30 글쓴이 youknowit

제1심 판결문을 송달 받았습니다.

1심 법원의 논리는, i) 파이어폭스 사용자는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1%미만이므로, 이들에게 공인인증서비스를 거부해도 무방하다; ii) 원고는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을 때 MS IE를 사용했으므로, MS IE 로만 공인인증서비스를 받겠다는 묵시적 합의가 존재한다; iii) 감독관청이 지금껏 이 사태를 문제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실망스럽기 그지 없는 판결입니다.

국내 포털/블로그 사이트 접속 트래픽을 조사하면 파이어폭스 사용비율이 7%에 달한다는 점은 피고도 시인하고 있습니다. 파이어폭스로 포털/블로그에 접속하라고 강제하지 않는데도 이런 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이므로, 이 비율은 ‘자발적으로’ 파이어폭스를 선택한 비율이 이미 그 정도라는 말입니다. 전자금융거래에 MS IE 사용이 강제되므로 모든 사이트의 접속 데이터를 종합하면 결과적으로는 99% 이상이 MS IE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지만, 그 수치는 파이어폭스 사용자들이 금융거래에는 MS IE 사용을 강요당한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입니다.

“MS IE에서만 공인인증서비스를 받겠다”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는 해석은 그야말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만일, 이런 해석이 적법하다면 공인인증기관이 일방적으로 “마(馬)”씨 성을 가진 사람에게만 공인인증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할 경우,어쩔 수 없이 성을 馬씨로 바꾸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기만 하면, “馬씨 성으로만 공인인증서비스를 받겠다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법원이 해석해 주겠다는 말인지?

감독관청이 문제 삼지 않으므로 괜찮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은 도대체 법원이 왜 존재하는지를 회의하게 만듭니다. 인가사업자가 엉망진창으로 법을 어기고 서비스 제공을 함부로 거부해도, 감독관청이 묵인해 주기만 하면 아무 뒷탈이 없다는 말인지?

1심 재판부의 구성원께서 이렇게 실망스러운 판결을 하게 된 이유는, 아마도 이 사건이 대부분의 법률가들이 잘 모르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인증/암호화 기술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땅을 파고, 콘크리트를 치는 수준의 재래식 기술로 제공되는 서비스가 문제된 사건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실망스러운 법 논리를 제시하는 판결이 나왔을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1심 판결은 여기 있습니다.
2008.9.29 제출된 항소이유서는 여기 있습니다
2009.1.21 제출된 요약준비서면은 여기 있습니다.
2009.2.27. 제출된 보충준비서면은 여기 있습니다.

항소심 판결 선고일은 2009.3.25.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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