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v 영국 법원: ‘꼼수’로 일관하는 애플

2012.11.05 글쓴이 youknowit

지난 10월18일에 영국 항소법원이 “애플의 등록 디자인을 삼성이 침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애플이 스스로 시인해야 한다”(그래야 애플때문에 생겨난 소비자의 혼란이 제거될 수 있다)고 판결한 뒤, 애플이 보이는 태도는 좀 “특이”합니다. 어떤 분들은 “애플 답다”고 하시는데…

1. 원래 영국 1심법원은 공지문 전문(full text)을 애플 영국 홈페이지에 직접 게시하라고 판결했었습니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애플 영국 웹페이지가 심플한 디자인을 특징으로 하는데 거기에 그런 텍스트가 들어가면 “스타일을 구긴다”는 애플측 주장을 수용해서, 홈페이지에는 링크만 걸고, 공지문은 별도의 페이지에 적으라고 애플측 입장을 배려해 주었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이 명령한 공지문을 애플이 “멋대로 편집해서 게시”하는 황당한 행위를 하자, 11월1일 영국 항소법원은 그 페이지를 24시간 안에 당장 내리고, 48시간 내에 다음과 같은 문구 자체를 이번에는 아예 홈페이지에 게시하도록 명령했습니다.

On 25 October 2012, Apple Inc. published a statement on its UK website in relation to Samsung’s Galaxy tablet computers. That statement was inaccurate and did not comply with the order of the Court of Appeal of England and Wales. The correct statement is at Samsung/Apple UK judgement.

그러나, 애플은 소스코드에 자바스크립트를 이용하여 첫화면 아래쪽 310px 만큼(법원이 명령한 공지문을 애플이 배치해 놓은 부분)은 거의 언제나 스크린을 벗어나도록, 즉 유저에게 보이지 않도록 해두고 있습니다(반드시 스크롤을 해야 보입니다). 공지문 자체를 아예 스크린 아래로 숨겨 놓음으로써 일부러 이 메시지를 찾아보려고 홈페이지를 샅샅히 뒤지는 유저가 아니라면 이 메시지를 찾지 못하도록 해 두었습니다. 여기 참조


var HeroResize=AC.Class({[생략],resizeHero:function(){this.setHeight(parseInt(window.innerHeight||(window.document.documentElement.clientHeight||
window.document.body.clientHeight),10)-310);
this.hero().style.height=this.height()+"px"}});[생략]

이건 뭐, 법관들과 숨바꼭질 한판 벌이자는 것 밖에 안되는군요. 이런식으로 홈페이지에 공지할 거라면, “홈페이지 자체에 공지문을 게시하면 홈페이지 스타일을 구긴다”는 애플의 주장은 애초부터 제기될 근거도 없었을 터인데…

이런식으로 홈페이지 아래 편에 숨겨서 공지해도 무방하다는 것이었다면 ‘전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느냐, ‘링크만’ 게시하느냐를 두고 다툴 이유도 애초에 없었을 것입니다. “잘보이는 곳”에 공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공방을 벌이다가 그 공방에서 패하자, “안보이는 곳”에 공지하는 꼼수를 부리는 애플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2. 신문에 공지하라는 법원 명령에 대해서도 애플은 ‘익명 광고’를 하는 꼼수를 부렸습니다.

Apple ‘apology’ to Samsung pops up in logo-free print version

누가 공지하는 것인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런 광고라면 삼성이 애초에 법원에 광고명령을 구할 이유도 전혀 없었을 것입니다. 그냥 이런 문안으로 광고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삼성 스스로 이런 광고를 하면 되지 뭐하러 법원에게 광고 명령을 구하고 항소심까지 싸우느라 변호사 비용을 썼을까요?

“애플 명의로” 이런 내용을 광고하는 것은 오로지 애플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삼성이 법원에 광고 명령을 구했던 것이고, 애플은 변론 과정에서 “자기 명의로” 광고하는 것은 모욕적이라는 등의 이유를 대면서 반론을 제기했던 것입니다. 그런 법정 공방에서 결국 지고 나자, 이제는 “주어가 없는” 광고를 함으로써 삼성 뿐 아니라 영국 법원을 모두 “닭 쫓던 개” 꼴을 만든 셈입니다.

이것이 clever 한 건가요? 아니면 clever하게 법원 명령을 우회하고 법원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인가요?

애초에 기술과 소비자의 선택에 호소하는 정당한 경쟁을 하기보다는 “법”, “디자인권”, “지적재산권”을 들이대면서 “법원”과 “법원 명령”의 힘을 빌어 경쟁자를 찍어누르려 시도하던 애플입니다. 그러나 재판에서 지고 “사건의 장본인이 이 점을 직접 시인해야 한다(The acknowledgement must come from the horse’s mouth.) 거기 못 미치는 어떤 것도 혼란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영국 항소심 판결문 제84단락)”는 영국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이런식의 꼼수로 일관하는 애플 꼴은 좀 안습…

애초에 법정 싸움을 걸지를 말던지.

ps. 애플이 자꾸 이런 식으로 말귀를 못알아 들으면, 아예 “html 소스코드를 특정”해서 이런 식으로 홈페이지가 시작하도록 법원이 명령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일을 자꾸 키우는군요. 애초에 영국법관이 삼성이나 애플 어느 한쪽 편을 들어 부당한 판결을 내릴 이유도 없을 터인데.

pps. 11월5일에 결국 애플은 영국 가디언지에 광고문을 ‘새로’ 게시했습니다. “애플이 법원명령에 따라 공지하는 것”이라는 내용(A notice issued by Apple Inc. pursuant to court ruling)이 비로소 추가되었습니다.

애플 법률자문팀의 의사결정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비이성적인 의사결정이 여과 없이 집행되는 느낌.

Categories: 공정거래법 | 8 comments  오픈웹 구독 메일로 받기

  • kellymylove

    재미있는건 애플이 저러면 저럴수록 저 사과 이슈가 계속 매체에 보도가 되고 애플이.의도하지 않게 홈페이지/신문 지면보다 더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는 겁니다. 정말 멍청해요. 애플

  • sixt06

    교수님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이글이 오픈웹의 목적에 맞는지는 다시한번 생각해 보셔야 할것 같습니다. 가능하면 오픈웹에 관련된 논지의 글만 오픈웹 페이지에서 보고 싶습니다.

  • http://openweb.or.kr youknowit

    6년전 오픈웹을 시작할때 가장 열정적으로 오픈웹을 지원하셨던 분들은 당시 극소수(지금은 많이 늘어났지만) 였던 애플 맥 사용자분들이셨습니다. 그 후 오픈웹은 줄곧 맥 유저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도움을 받아왔고 언제나 이점은 고맙게 생각하며,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애플이 2010년경부터 시작한 “지재권 전쟁” 전략은 지재권(특히 미국 특허 제도의 약점)을 미끼로 삼아 특허제도를 악용하여 경쟁과 혁신을 가로막으려는 시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즉, “애플의 시도는 정당한 특허권 주장”이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바로 이런 논란이야 말로 오픈웹이 앞으로 다루고자 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경쟁과 혁신, 자유로운 시장참여를 가로막는 것은 “정부의 잘못된 규제”일수 도 있고, “기업의 잘못된(위법하거나 부당한)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오픈웹이 웹표준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했으니 앞으로도 웹표준 문제’만’ 다루어야 한다는 명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작권을 남용하여 자유로운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과 공유의 가능성을 틀어막으려는 시도, 폐쇄적 비즈니스 모델을 이용하여 콘텐츠 유통체인을 독점하려는 사업적 시도가 정당한 경쟁을 저해하는 수준까지 이른다면 그런 것도 논의의 대상으로 삼을 것입니다.

    물론 애플에 대하여 부정적인 쓴소리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특히 오픈웹의 지지자 다수가 애플 제품 이용자이고, 애플 제품 이용자 다수는 애플이라는 회사에 대한 애착도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하지만 애플이 아니라 삼성이나 구글이 “지재권 전쟁”을 폈다면 저는 동일한 쓴소리를 삼성이나 구글을 상대로 제기했을 것입니다.

    하필 애플 v ‘삼성’ 이라는 구도가 형성되어 있어서, 애플을 비난하는 저의 글들이 마치 ‘삼성’을 옹호하거나 국수주의적 입장인 것처럼 ‘오해’될 수 있어서 참으로 많이 망설이기도 했지만, 애플의 매우 독특한 “지재권 전쟁”은 그 주장의 극단적 성격 때문에 지적 재산권 제도 자체에 대하여 근본적 문제 제기를 하기에 더 이상 없이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지재권 분쟁은 무수히 많지만 이번처럼 독특한 주장(사각형 특허…)이 제기된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 오해의 가능성을 무릅쓰고라도 이번 기회에 문제제기를 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이슈를 제기해 주신 sixt06 님께 감사드리며, 부족하나마 어느 정도의 해명은 되었으면 하고 희망합니다.

  • mountain _801d_

    최근에 정부가 ActiveX 문제, 웹표준 문제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스마트폰 충격이라고 봅니다.

    지금 웬만한 서비스들 스마트폰으로 안 되면 어디 인정이나 해줍니까?

    한국 웹 환경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 바로 스마트폰이고, 스마트폰 자체가 표준 웹의 가장 큰 직접적인 수혜자입니다.

    한국에 스마트폰 충격을 가져와서 변화를 일으킨 주체가 애플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죠. 스마트폰이 없던 시대에는 애플이 선구자지만,

    그것이 이미 일반재로 돌변해 버린 상황에선 애플이나 삼성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애플 편을 드는 이유는 애플이 음악이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창작자의 몫을 찾아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애플 만세가 될 수 있죠. 그런데 왜 애플이 7대3이라는 비율로 창작자의 손을 들어준 겁니까?

    그 7이 원래 애플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7은 음반사나 통신사가 음악가나 개발자의 몫을 자기네가 먹고 있던 거였죠. 애플이라고 7이라는 파이를 안 먹고 싶었겠습니까? 하지만 애플은 음반이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시장에서 후발 주자였습니다. 후발주자 전략이라는 게 욕심 좀 덜 부리는 거죠.

    여기서 애플은 음악과 소프트웨어는 7을 줬지만, 하드웨어에서 만큼은 자기네가 다 먹었습니다. 그것만 먹었어도 단순히 하나의 전자회사를 넘어 최고의 주가를 기록하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애플의 비극은 1등 회사가 망해가는 전직 1등 회사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압도적인 특허를 갖고 있다면 그냥 사다리차기를 하면 될텐데, 그건 아니니까 그냥 발목 좀 잡으려는 겁니다. 솔직히 애플이 자기네 특허라고 우기는 것들이 특허 축에나 들어갑니까? 그냥 무식한 공무원들이 절차대로 처리해 준 것 뿐입니다.

    애플의 길은 과거나 지금이나 패턴이 같습니다. 최초의 범용 개인용 컴퓨터를 갖고 나올 때나, GUI 도입할 때나, 지금이나 똑같애요.

    스마트폰이 웹표준화를 앞당기는 선봉장이 된 지금, 스마트폰의 미래는 곧 웹표준의 미래입니다. 옛날의 웹 = PC에서 웹 = PC = 스마트폰입니다. 한국에서 나오는 삼성-애플 소송이 전부 삼성편들기 기사나 애플 옹호기사 삼성옹호 댓글, 애플옹호 댓글 일색인데 유일하게 여기 오픈웹에서 법률적으로, 그리고 영국에서 유학하신 교수님이 영국 법원에서 다룬 사건을 해석해 주고 계십니다.

    다시 한번 더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애플 유저만 있는게 아녜요. 리눅스 유저도 많습니다. 데비안 GNU/Linux 시스템 유저의 한 사람으로서 안드로이드의 미래에 방해되는 iOS는 좀 자중하길 바랍니다 ^^;

  • 꿈틀이

    Six06//

    넓은 의미에서 이 사안 역시 open의 한 부분이라 봅니다. 다만 김기창씨 주장의 본의나 순수성이 청자에게 변질되어 전달될 위험성이 없을 수 없는 이유가. 하필 삼성건을 매개로 하였기 때문입니다.

    김씨말마따나 특허제도를 악용해 경쟁자를 억압하고 거시적으론 인류의 혁신을 가로막는 애플의 행태는 분명 비난받아 마땅합니다만 삼성은 혁신보단 카피에 무게중심이 쏠린 쓰레기 기업이기 때문이지요. 더구나 한 나라의 특검마저 무력화시키는 지상최악의 경제범죄자를 두목으로 모시는 지구상에 유일무이한 범죄조직이기까지하니 더이상의 언급이 무의미할 지경입죠.

    그동안 오픈웹활동을 통해 김씨가 보여준 소양과 행보를 봐선 이런 범죄조직을 옹호할 부류가 아님은 분명할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심의 눈초리들이 날아드는 것을 보면 삼성이 이나라에 풍겨온 썩은 내가 얼마나 강력한지 반증하는 것이겠죠.

  • http://twitter.com/meineerholung 안식

    꿈틀이//

    오픈 웹과 오픈소스의 관점에서 이번 애플의 재판을 오로지 애플과 삼성의 대결 구도로만 인식하는것은 지극히 단세포적인 발상입니다. 이쪽 사안에 관심을 가져왔던 이용자라면 애플에게 불리한 재판 내용을 다룬다고 해서 그게 삼성에게 유리한 입장을 표명하는게 아니라는 것 쯤은 알 법한데 그런 우려는 인터넷과 개인용 컴퓨터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단순한 발상일 뿐이라서 그리 큰 걱정 안하셔도 될 듯 하네요.

  • http://twitter.com/noneway Boycott SAMSUNG

    안식 //

    앞서 밝혔듯이 그런 발상이 들떨어진 발상이란 것엔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안을 삼성소송을 매개로 언급하고 있는 김씨는 더한 단세포라는게 제 말의 요집니다. 그가 발언하고있는 땅덩어리가 하필이면 삼성왕국이기 때문이지요. 지금 이 땅에서 시급한건 눈앞의 칼을 들이댄 살인강도를 대처하는 것이지 칼맞아 뒈져가는 와중에 인류혁신의 방해물이 어쩌네저쩌네 오지랖 떨고 자빠졌을 처지는 아니라는 겁니다.

    시대에 위기가 오면 폭동을 해서라도 바로잡으려는게 민중이었습니다. 아울러 역사는 이런 엄연한 폭력을 민중혁명이란 말로 정당화해주었고요. 하지만 삼성왕국의 들떨어진 인민은 소비행위 하나만으로도 저항이 되는 행동조차 포기한채 외려 장물아비 노릇에 여념이없는 단세포 소비자들이 대다숩니다. 그렇기에 바다건너 또다른 범죄자본에 기대고 있는 어글리한 꼬라지까지 오게 된거죠. 이런 들떨어진 대중앞에서 이런식의 타이밍으로 이런 발언을 하고있으는 자가 있으니 이보다 더한 단세포가 있을까 싶은겁니다.

    김씨가 이 사안을 굳이 말해야했다면 다른 예를 찾아야했습니다.

    단순히 지식자랑에 환장병든 환자가 아닌 시대의 아품을 이겨보고자하는 선의가 눈꼽만큼이라도 전재된 활동이라면 시대의 눈높이에 맞는 비평을 했으면 하는 맘에 충언합니다.

    • 고미

      예전에 오픈웹에 글도 쓰신걸로 알고있는데요. 오랜만에 뵈니 상태가 많이 안좋아지셨네요.

      댁이 하고싶은 말과 비슷한 말을 할때나 다른 예를 찾아야 하는 것이지, 애플과 삼성의 특허소송을 이야기할때 그래야만 하는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여기 분들이 ‘삼성 vs 애플 소송’ 사안에서 삼성이 잘했다는거도 아닌데, 이런 글도 하나 못쓰나요? 삼성을 때려줄수 방법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는건가요?

      지금 애플이 ‘날강도 삼성’에게 ‘너의 강도짓 하는 나쁜 버릇과 너를 지지하는 단세포 소비자들의 버릇을 고쳐줘야 겠다’ 면서 소송한게 아니지 않습니까? 도대체 왜 그러세요? 뜬금없게. [삼성 관련 이야기할때 '보이콧 삼성' 이라는 주제가 아니면 안된다]처럼 보이네요.

      삼성 vs 애플 소송을 이야기하며 자기생각을 풀어놓는 글을 쓰는데 다른예로 어떻게 글을 씁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