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v 영국법원: 광고명령 위반 논란

2012.10.26 글쓴이 youknowit

오늘 애플사 영국 홈페이지에 애플이 게시한 ‘광고’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해당 페이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스크린샷)

2012년10월25일(영국시간) 애플이 게시한 삼성-애플 소송에 관한 공지문

올해 7월18일 콜린 버스 판사는 애플이 아리엘 글꼴 14pt이상의 사이즈를 사용하여 애플사 영국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텍스트 자체를 6개월간 게시하도록 명령하였습니다.

“On 9th July 2012 the High Court of Justice of England and Wales ruled that Samsung Electronics (UK) Limited’s Galaxy Tablet computers, namely the Galaxy Tab 10.1, Tab 8.9 and Tab 7.7 do not infringe Apple’s registered design 000181607-0001. A copy of the full judgment of the High Court is available via the following link [insert hyperlink].”

10월18일 영국 항소법원의 로빈 제이콥 경은 광고명령에 대하여 상세히 논한 다음, 애플이 제기한 여러 소송 및 가처분 때문에 소비자들이 과연 삼성 태블렛을 사도 무방한지에 대하여 큰 혼란을 겪게 되었다고 지적하면서, 아래와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물론 우리 판결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삼성 갤럭시 [제품들]이 애플의 등록 디자인을 침해했다면서 제기된 여러 소송으로 인하여 생겨난 혼란이 실제로 제거될 수는 있다. 그리고 우리 판결도 널리 보도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난 얼마 동안 계속된 상충하는 보도로 생겨난 불확실성은 이 판결이 이제 언론에 보도된다는 것만으로는 제거되지 않는다. 삼성이 본안 소송에서 이겼고, 항소심도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는 보도가 그럭저럭 정확하게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혼란이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는다. 한층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애플 스스로가 (그런 혼란을 야기한 장본인이므로) 그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즉, 이들 삼성제품들이 애플이 등록해 둔 디자인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법원이 판결했다는 점을 애플 스스로가 인정해야 한다. 사건의 장본인이 이 점을 직접 시인해야 한다(The acknowledgement must come from the horse’s mouth.) 거기 못 미치는 어떤 것도 혼란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판결문 제84단락)

그런 다음 로빈 제이콥 경은 콜린 버스 판사가 명한 텍스트 전문을 애플사 영국 사이트 대문에 게시하는 것은 홈페이지 디자인의 스타일을 너무 구기게 되니, “삼성/애플 영국 판결”이라는 링크만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거기 링크된 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공지하도록 명령하였습니다(항소심 판결문 제87단락):

그러나, 애플은 이러한 명령과는 달리, 아래 붉은색으로 표시된 내용을 추가하여 게시하였습니다.

애플이 추가한 내용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 꺽은 괄호[ ]에 요약한 내용은 법원이 게시하라고 명령한 귀절입니다.

[애플이 1심에서 졌다는 내용. 1심 판결문 링크]

1심 판결에서 판사는 애플과 삼성의 디자인을 비교하면서 다음과 같이 중요한 판단을 내렸다:

“애플 디자인이 가지는 극도의 단순성은 확 눈에 뜨인다. 전체로 봐서 그것은 전면에는 아무 장식이 없는 편평한 유리판이 아주 얇은 테두리까지 덮여있고, 뒷면은 아무것도 없다. 네개의 면과 모서리에 있는 테두리는 깔끔하게 각진 형태로 마감된 부분과 둥글게 마감된 부분으로 이루어져있다. 이 디자인은 이런 물품을 잘 아는 유저가 들어서 잡아보고 싶은 물건처럼 생겼다. 아주 깔끔하고 부드러운 단순미가 있다. 쿨한 디자인이다.”

“이런 물품을 잘 아는 유저가 삼성 갤럭시 태블렛에 대하여 가지는 전반적 인상은 다음과 같다. 앞면을 보면 애플 디자인과 같은 부류에 속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삼성 제품은 매우 얇다. 이 부류의 제품들 중 거의 무게감이 없어보이는 제품이며 뒷면에는 특이한 디자인 디테일이 있다. 삼성 제품들은 애플 제품이 가지는 깔끔함이나 극도의 단순성이 없다. 애플 제품만큼 쿨하지 않다.”


["그 판결(That judgment)"은 유럽연합 전역에 효력이 있고, 항소심에서도 유지되었다. 항소심 판결문 링크. 유럽 어디에도 애플의 디자인 침해를 이유로 삼성 제품을 상대로 한 가처분은 없다.]

그러나 같은 특허에 관하여 독일에서 제기된 사건에서 법원은 삼성이 아이패드 디자인을 베끼는 불공정행위를 하였다고 판결하였다. 미국의 배심원단도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와 실용신안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10억달러가 넘는 배상을 애플에게 하도록 했다. 따라서 비록 영국 법원은 삼성이 애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지만, 다른 나라의 법원들은 삼성이 갤럭시 태블렛을 만들면서 그보다 훨씬 인기가 좋은 아이패드를 고의로 베꼈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법원이 게시하라고 명령한 내용은 “모두” 게시했으니 됐지 않느냐?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게시하라고 한적도 없는 내용을 멋대로 섞어서 게시한다면, 원래의 게시명령은 완전히 웃음거리가 됩니다.

만일 이런 행위가 묵인 된다면, 앞으로 법원이 사죄 광고를 명하건, 어떤 내용의 공시를 명하건 간에 그 명령을 받은 당사자는 지 멋대로 중간 중간에 온갖 토를 달거나, 엄청나게 많은 분량의 텍스트를 추가로 집어넣어서 정작 게시되어야 할 문구는 찾아보기 어렵게 만들거나, 원래의 게시 문구에 있는 단어의 의미를 완전히 왜곡해도 법원은 속수무책이라는 말이 됩니다.

로빈 제이콥 경이 명령한 광고 문안의 두번째 단락 첫 문장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That Judgment has effect throughout the European Union”이라고 시작하는 문장입니다. 여기서 “That Judgment”는 “삼성이 애플의 등록 디자인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1심 판결”입니다. 그런데 애플은 그 문장 직전에 두개의 단락을 멋대로 추가함으로써, 삼성 제품은 애플 제품만큼 쿨하지 않다는 “그 판단(That judgment)”이 유럽 연합 전역에 효력이 있다고 읽히도록 왜곡하고 있습니다. 이건 뭐, 거의 조선일보 수준이라고나 할까…

로빈 제이콥 경은 소비자에게 혼란을 야기한 장본인인 애플이 스스로 그 혼란을 제거하라고 명령하였습니다. 즉, “삼성 제품은 애플의 디자인 권을 침해하지 않았고, 어떤 가처분도 유럽에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라는 것입니다.

애플의 공지문을 읽어본 소비자가 느끼는 심정은 과연 어떨까요? 혼란이 제거되었을까요, 더욱 혼란해졌을까요?

법을 준수하고자 할 심정이 애플에게 있었다면, 법원이 명령한 공지 문안 그대로 공지를 하고, 애플사 영국 사이트의 다른 페이지에서 애플이 자신의 입장을 더욱 분명히 표명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였을 것입니다.

애플이 한 짓이 허용된다면, 앞으로 사죄 광고를 명령받았을 때, 법원이 적으라는 문안을 그대로 적지 않고, 그 귀절 사이 사이에 “위 귀절은 헛소리입니다”… “실은 전혀 미안하지 않습니다”라는 표현을 멋대로 추가해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애플은, 법원 알기를 개떡같이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법을 무기로 지적재산권을 전세계의 법정에서 주장하는 이율 배반적인 모습을 연출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애플은 삼성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영국법원과 한판 붙기로 작정한 듯 합니다. 의외의 무리수를 두는군요.

ps.

애플은 1심 판결에 나오는 “not as cool”이라는 귀절이 대단히 자랑스러웠는지는 모르겠지만, 1심 판결에는 애플이 등록한 디자인은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다(totally banal)”, “흔해빠진 것(commonplace)”이라는 귀절도 물론 많이 나옵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거두절미하여 인용하는 것도 … 유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독일법원에 증거 사진을 조작하여 제출해서 가처분을 받아낸 애플의 행위는 그리 떳떳하지 않은 것 같네요. 그리고 독일법원은 본안판결을 내린적도 없습니다.

미국 재판의 배심원 평결은 현재 그 운명이 불분명할 뿐 아니라(영국법원의 본안 판결은 확정됨), 미국의 배심원들도 갤럭시탭이 애플의 디자인특허를 침해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Categories: 공정거래법 | 8 comments  오픈웹 구독 메일로 받기

  • http://twitter.com/cognobot cognobot

    샘숭보다 더 하군요.
    삼성이 악당이면 애플은 완전 대마왕이네요.
    애플은 예(80~90년대)나 지금이나 하는 짓거리가…
    참 거시기하네요.
    아이팟,아이폰으로 인하여 애플을 처음 알게된 사람들은
    완전 멘붕에 빠지겠네요 ㅋㅋㅋ

  • mountain _801d_

    애플이 그다지 쿨하진 않다는 걸 확실히 보여준 사건입니다. 앞으로 영국 법원이 어떤 대응을 할지 흥미진진합니다.
    역시 한국인은 눈을 떠야 합니다. 삼성보다 더한 놈도 세상엔 많다는 사실을 말이죠.
    애플이 한국 통신환경에 통풍구를 뚫어 준 게 고맙긴 하지만 그렇다고 지네것도 아닌 거에 침발라 놓는 건 안되죠.

  • Stephan

    법에 대해 잘 아시지 못하는 것 같은데 자의적 해석이 강한 것 같습니다.
    영국법원이 내린 판결은 갤탭을 애플의 특허와 비교한 것이고 iPad와 비교한 것이 아닙니다. 애플이 취득해 놓았던 특허와 출시된 iPad의 형태가 약간 달랐기에 iPad를 베낀 갤탭이 애플의 특허를 베끼지 않은 것으로 판결이 나왔죠.

    참고로 아리엘 글꼴 14pt는 종이신문에 게시할때 기준, 최종판결은 애플UK홈페이지에 6개월이 아니라 1개월 게시명령입니다.

    또한 판사가 이 명령을 내렸던데에는 밝히고 싶지 않았던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http://www.fosspatents.com/2012/10/non-infringement-finding-and-publicity.html 에 나와 있습니다.

    글쓰신 분이 아시면서 wilfully 몇가지 사실을 누락시키고 쓰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확한 내용 서술속에 자신의 의견과 감정이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 고미

      언급하신 내용들은 이 블로그의 다른 글들에 나와있습니다.

      그리고 이 블로그 주인장님에게 법에 대해 잘 모른다는 말씀은 좀…ㅎㅎ

    • http://twitter.com/meineerholung 안식

      완전 코미디가 아닐 수 없네요.

      ㅎㅎㅎㅎ
      정말 요즘 신기한 분들이 찾아오시군요.

    • http://twitter.com/cognobot cognobot

      英법원 “애플, 삼성 사과문 재공지하라”
      http://www.asiatoday.co.kr/news/view.asp?seq=720503

      英법원, 애플에 `최후통첩` “팀쿡 감옥 보낸다!”
      http://n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719713&url=n

      인용
      특히 영국 항소법원은 “애플이 이번 판결을 어길 경우 애플의 팀 쿡 CEO, 조너선 아이브 하드웨어 디자인ㆍ소프트웨어 총괄
      수석부사장 등 이사회 등기 임원들이 감옥에 가거나, 벌금을 내거나, 자산을 압수당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 appbug

    To Stephan 류브로 / 멍청해도 정도껏 멍청합시다. 님이 지적한 얘기는 이미 이 글과 이전 글에 다 나와 있는 얘기입니다. 최소한 글은 처 보고 리플달 생각을 해야지. 요즘 왜 이런 덜 떨어진 것들이 하나 둘 오는지 모르겠는데, 글 내용이 허위 사실을 공표한냥 헛소리하는건 정신병 수준 아닙니까?

  • 고미

    http://www.apple.com/uk/

    Samsung/Apple UK judgement 링크가 수정됐는데…

    브라우저 크기에 따라 내용(화면 가운데 제품이미지) 크기가 변해서, 어떻게 해도 휠을 한바퀴 굴려야 보입니다.

    뭐 내용은 제대로 해놨으니 더 뭐라하기도 그렇고. 애플도 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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