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근거없이 떠도는 주장 중 하나가 “외국은 사고거래가 나면 고객이 뒤집어 쓰게되어 있으나, 우리 나라는 주로 은행이 뒤집어 쓰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법제가 이러니, 한국에는 은행들이 유달리 보안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금감원 관계자들이 언제나 내세우는 주장이기도 합니다.
우물안 개구리도 이런 개구리는 보기 어렵습니다. 금감원의 무책임/무식도 이런 수준으로 10년을 버텨 왔으니, 제일 먼저, 저같은 법률가가 책임을 통감해야 하겠지요.
외국 어디에도 사고가 나면 고객이 뒤집어쓰는 제도는 없습니다.(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대꾸라도 할 가치를 느끼지요).
언제나 들먹이는 미국의 법제도를 간단히 소개합니다. Regulation E 라고 알려져 있는 연방법 규정입니다(Electronic Funds Transfer (EFT) Act). 해당 규정은 여기 있습니다.
핵심 내용은
- 접근 수단(접근 매체, 즉 보안카드, 인증서 등을 포함하는 개념)을 분실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이틀 내에 은행에게 분실 신고를 하면 고객은 50달러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집니다.
- 이틀이 지나도록 분실 신고를 안 한 경우 500달러 한도에서 고객이 책임을 집니다.
- 거래 내역이 정기적으로 고객에게 전달될 경우, 사고거래가 표시된 명세서가 발송된 날로부터 60일이 지나도록 고객이 은행에게 아무 신고도 안하면 (좀 복잡한 조건이 충족되면) 전액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할 가능성도 생깁니다…
보안카드를 분실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은행에게 신고를 안한 고객은 어느 정도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지요. 한국에서도 그럴 것입니다.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인증서 파일을 도난(유출)당했는지 안했는지를 알아낼 수 있는 고객은 없습니다. 따라서 고객은 50달러 이상 책임을 질 경우가 사실상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분실을 안 날로부터 이틀 안에 신고하면 고객이 보호되므로, 몰라서 신고 못한 경우에도 당연히 보호됩니다) 외국에서 은행들이 인증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아무리 사고가 나도 고객에게 책임을 묻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전자서명을 하도록 하면 무조건 고객에게 책임지울 수 있다? 근거 없는 “썰”입니다.
반면에 분실여부를 고객이 당장 알 수 있는 접근수단(보안카드, OTP 발생기, 휴대폰 OTP 의 경우에는 휴대폰)은 은행에게도 유리하고, 고객에게도 안전합니다.
아무 근거 없이 “외국은 사고가 나면 고객이 다 뒤집어 쓴다더라”는 카더라 통신은 좀 그만했으면 좋겠네요. 아무 근거도 없이 그런 말을 자꾸 옮기고 다니는 사람들을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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