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접속장애 사건 특검의 성과

10.26선관위 접속장애 사건에 대하여 오픈웹에 게시된 30여개의 글 중, 하나라도 읽으신 분이 우리 국민 중 과연 몇 %일까요? 아마 0.0001%?

대담하게 거사를 감행한 자들의 계산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디도스로 뻗었다”는 스토리를 대대적으로 뿌려대고, “범인도 잡았다”면서 전과자 몇명을 총알받이로 내세운 다음, 내막을 밝히는데 필요한 자료를 숨겨버리면 그대로 묻힌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선관위가 예측 못했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 미국 오레건 대학교가 전세계 모든 라우터들의 up/down 상황을 실시간으로 기록하여 저장해 두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http://archive.routeviews.org/bgpdata/2011.10/UPDATES/ 이 자료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은 그날 아침의 접속장애가 디도스로 인하여 생긴 것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당장 알 수 있습니다. 이 내용을 오픈웹이 상세히 설명하였습니다만, 기술적으로 복잡해서 과연 어느만큼 전달되었는지 의문입니다. (물론 이런 기술적 데이터는 아예 살펴보지도 않고 무조건 선관위 직원이 ‘무능’했을거라 전제하고 그것이 ‘논리적’이라 믿는 분들도 있지요.)
6:00-8:30 사이 선관위 라우터 Down 현황

많은 분들은 “라우터(router)”가 무엇인지부터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인터넷”이 무엇인가요? “inter”-”net”이라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망과 망들이 연결되어 이루어진 망이라는 뜻입니다. Network of networks 이지요. 하나의 망에는 여러대의 컴퓨터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반드시 다른 망과 연결되어 있고, 이것이 라우터(트래픽 처리만을 위하여 특별히 제작된 컴퓨터)입니다. 자기 망에서 다른 망으로 나가는 트래픽과 다른 망에서 자기 망으로 오는 트래픽이 모두 이 라우터를 거쳐서 오고 갑니다.

트래픽이 망 내부에서 망 외부로 들어오고 나가려면 “트래픽 교통정리”가 필요합니다. 특히 선관위망은 두개의 망(KT망, LG망)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교통정리 규칙이 더욱 복잡합니다. “라우터 설정”이라는 것이 바로 트래픽 교통정리 규칙입니다.

이 교통정리 규칙이 이상하게 바뀌면, 트래픽이 오고가지 못하게 됩니다. 사거리에 있는 신호등을 이상하게 조작해 버리면, 차들이 서로 충돌하고 꽉 막혀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날 선관위 K사무관은 아침 내내 선관위 라우터에 붙어 앉아서 트래픽 교통정리 규칙을 이리 바꾸고 저리 바꾸고 했습니다. 당시 선관위 서버실에는 K사무관 외에도 여러명이 있었고, 모두 이 상황을 목격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라우터에서 이런 조작을 하면, 그런 조작을 했다는 사실이 모두 기록됩니다. 이것이 “라우터 로그(log)”입니다. 구린 짓을 한 적이 없다면, 라우터 로그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라우터 로그에는 어떠한 개인정보나 민감한 정보도 들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월26일 아침 선관위 “라우터 설정”이 이리저리 변경되었을 뿐 아니라, 그런 조작을 한 흔적을 감추기 위하여 “라우터 로그”가 변조되었다는 사실이 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날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선관위가 현재 내놓고 있는 라우터 로그 기록과 미국 오레건 대학이 당시 실시간으로 저장해 둔 라우터 up/down 상황을 비교해 보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선관위측 라우터와 연결된 LG망, KT망 쪽 라우터의 로그(가 변조되지 않았다면, 이들 로그)와 선관위 로그를 대조해 봐도 됩니다(두번째 방법은 작년 11월26일자 LG엔시스 보고서가 이미 추천했지만, 검경은 이를 묵살).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만 라우터는 거짓말을 안합니다.

03. May 2012 by youknow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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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컴즈(네이트) 배상판결과 국내 보안규제

네이트 계정이 뚫려서 막대한 분량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에 대하여 제1심 법원은 SK컴즈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배상하도록 명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기사 참조. SK컴즈는 항소할 것이고, 항소심에서는 더욱 본격적으로 배상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다툴 것입니다. 옥션 사건의 경우 법원은 사업자에게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으므로, SK컴즈 사건 1심 판결도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업자들이 내세우는 주장은 한마디로, “우리는 강제규정이 하라는 모든 보안조치를 했다, 따라서 잘못이 없다”는 것입니다. 옥션에서도 그랬고, SK컴즈 역시 이 주장을 내세울 것입니다. 이 주장을 받아주는 것이 옳을까요? 항소심 재판부가 만일 옥션 사건에서처럼 사업자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국내 보안 시장/보안 기술은 여전히 침체와 퇴행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껏 반복되어 온 다음과 같은 관행이 계속될 것입니다:

  • 사업자들은 강제 규정에 정해진 보안 ‘항목’만을 눈가림 식으로 대충 맞추는 “규정 보안”만을 하고, 더 이상 보안에 투자할 이유가 없으며(사고 터져도 배상 안해줘도 되는데 미쳤다고 보안에 투자합니까?)
  • 사업자들이 이처럼 보안에 자발적으로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보안 업체들은 강제 규정에 더욱 기대게 되고, 수요자를 상대로 시장에서 정당하게 경쟁하기보다는 관청을 드나들며 공무원을 상대로 영업(로비)하여 강제규정을 더 많이 박아넣으려는 후진적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 금감원, 행안부, 방통위 등 “관련 부서” 공무원들은
    • 보안업계의 간곡한 로비를 기꺼이 받아들여 더욱 상세한 보안 강제 규정을 도입하여 사업자들을 옭죄고, 사업자 위에 군림하는 권력을 만끽하면서 부서 예산과 인력 보강 명분을 확보할 뿐 아니라,
    • 그래도 사고는 계속 터지니까 이제는 “보안예산을 7%이상 쓰라, 보안인력을 5%이상 고용하라”는 황당하기 그지 없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위헌적 강제 규정까지 도입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고,
    • 심지어는 보안을 “자신들이 점검하겠다”는 놀라운 주장을 내세우면서 보안인력을 채용합니다.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이런 일을 하면 할수록 진정한 보안감사 전문 업체들의 존립 기반은 사라지고, 그 결과 국내의 보안 수준이 전반적으로 낙후된다는 점을 이해하지 “않습니다”(이해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합니다). 공무원이 무료 또는 저렴하게 “보안 점검”이라는 것을 해준다면, 제대로 된 보안감사 업체들이 어떻게 살아 남겠습니까? 그런 싸구려 보안 점검을 받아두면, 나중에 사고가 나도 “정부의 보안 점검까지 받았다”는 이유로 면책될 가능성이 또다시 생기지 않겠습니까? 금감원이 강제하는 “보안성 심의”가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관치 보안”을 하다보면 공무원들이 본인이야말로 해당분야 진짜 전문가라고 착각하게 됩니다(@woohyong).

    정부가 보안을 “책임져 줄 수 없다”는 명백한 사실을 기자들은 이해를 못하고, 공무원들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사고가 터져도 자신들은 배상책임도 안지는 주제에). 부서 예산과 부서 인력이 줄어드는 일을 공무원이 자진해서 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사고 터지면, 무조건 “더 강력한 규제”를 주문하거나,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따위의 주장을 펴는 ‘관변 전문가’는 널려 있고요.

  • 기술 경쟁, 기술 혁신이 제도적, 원천적으로 봉쇄됩니다. 더 나은 보안 기술을 구사하는 참신한 업체들은 아예 국내 시장에 들어오지도 못합니다. 국내 시장은 낡아빠진 강제 규정을 ‘알박기’ 해놓고, 그 규정에 기대어 후진 기술로 쉽게 장사하는 몇몇 저질 업체들의 카르텔이 지배할 뿐입니다. 제가 “저질” 업체라 부르니 기분 나쁜가요? 그런 소리 듣기 싫으면, 공개적으로 그 입장을 당당하게 표명하세요. “우리는 강제 규정에 기대지 않고 기술력으로 경쟁하기를 원한다”고 왜 말 못하세요? 당신들이 과연 “보안 전문가”라면, 이 문제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야 할 것 아닙니까? 뒤에 숨어서 오픈웹에 디도스 공격이나 해대는 비겁하고 비열한 분들.
  • 그 와중에 온 국민은 영문도 모른채로 보안 업체가 시키는대로 자기 PC에 액티브X를 꾸역꾸역 설치하면서, 컴퓨터 “다시 시작”하고 웹브라우저 “다시 시작”하라는 식의 후진적 기술의 희생물이 될 뿐 아니라, 부가프로그램 함부로 설치하는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도록 ‘반복 훈련’받기 때문에 결국은 자기 컴퓨터가 거덜나고 그 속에 있는 개인파일마저 온세상에 모두 내놓고 살게 됩니다.
  • 인터넷 기반의 다른 모든 서비스 사업자들까지 정부의 보안 규제 때문에 치명적으로 제약을 받습니다.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로 전세계에 진출하는 것은 꿈도 못꾸고, 애초부터 그저 국내에서, 국내 유저들만을 상대로 사업을 구상하도록 강요됩니다. ‘결제’가 없어도 되는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는 없습니다. ‘어느 단계에선가는’ 결제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거기서 막히는 거지요.
  • 이 모든 일을 벌여놓고선, 공무원/국내 보안업체가 하는 말은, “그래도 Verisign의 국내 진입은 막았지 않느냐?” 입니다. 비유하자면, 돌팔이 의사가 엉터리 시술로 멀쩡한 팔다리 다 잘라 놓고는, “그래도 새끼발가락 가려움증은 없어졌지 않느냐”라는 궤변을 늘어놓는 거랑 같습니다. Verisign 못 들어와서 덕 본게 누군가요?

“공인인증서가 제일 안전하다”? 웃기고 있네! 안전하고 좋으면 왜 ‘강제’하고 XX이야!

SK컴즈에게 배상을 명하는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정부는 더 이상 보안에 대하여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사고 터지면 확실히 책임을 묻는 법리가 확립되면 모두들 보안에 열심히 투자합니다. 하지 말라고 해도 합니다. 이것이 국내 보안기술이 발전하고, 보안 투자가 활발하게 되는 길입니다.

이런 내용은 김승주 교수님께서 작년 8월에 이미 지적하신 내용입니다. “업계에 창의적 보안 유도해야

27. April 2012 by youknow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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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이 진보의 가치인가? – 진보 담론의 오만과 독선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에 대하여 매서운 비판을 가하는 일부 ‘진보 논객’의 모습은 중세의 종교 행렬에 단골로 등장하는 자기 채찍질(self-flagellation) 시연을 보는 듯하다.
self-flagellation 자기 채찍질개중에는 더욱 진지한 도덕적 열정에 사로잡힌 이들도 있고, 이들은 채찍질로는 성이 차지 않아 피가 나도록 자기 몸을 자해하기도 한다. 스스로의 잘못을 참회(Mea culpa! Mea culpa!)하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지극한 ‘도덕성’을 과시하는 것이다.

진지한 자기성찰과 유치한 자기과시는 그 모습이 비슷해서 남들이 혼동하기 십상일 뿐 아니라, 스스로도 착각하기 일쑤다. “진보의 생명은 도덕성”이라는 독특한 주장이 거듭 제기되는 한국의 정치 담론은 불행했던 70·80 세대 반독재 투쟁의 ‘후유증’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공권력의 이름으로 무자비한 폭력이 난무하고, 건장한 남자들이 들이닥쳐 한창 나이 젊은이를 데려가 고문과 가혹 행위를 저지르고 영원히 ‘행방불명’되게 만들어도 그 가족은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던 시절. 그 시절의 반독재 투쟁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도덕적 우위를 누렸고 민주화 투쟁 진영이 이점을 굳이 주장할 필요도 없었다. 고문과 납치를 자행하는 정권이 감히 도덕성을 내세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암울한 시대는 더 이상 아니다. 독재/반독재의 구분과는 달리, 진보/보수의 구분은 재화 배분 우선 순위의 차이, 정책 지향의 차이일 뿐, ‘도덕성’과는 무관한 구분이다. 서구 사회의 진보/보수 어느 진영도 자신이 도덕성을 선점한다거나 상대방은 도덕성을 내세울 처지가 못된다는 주장을 하지는 않는다. 도덕성은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요구되는 것이고, 도덕적 흠결이나 불법적 비리에 대해서는 ‘행위의 경중’에 상응하는 비난과 제재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정치적 입장이 진보적인지 보수적인지에 따라 비난의 강도가 달라져야 할 이유는 없다.

물론, 이런 ‘원론적’ 입장은 우리 사회의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면도 많다. 현 정부가 과연 ‘보수’의 가치에 충실한지부터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만일 집권 세력이 공공재를 친구나 친지들 간에 나눠가지는데 골몰하고 있다면, 그것은 보수 정부가 아니라 배임 집단일 것이다. 이런 ‘현실’(또는 현실이 그렇다는 인식)때문에 정책 논쟁 보다는 도덕성 논란이 민주화 이후의 한국 정치 담론 마저도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그 부작용은 적지않다.

무릇 모든 정치 진영은 상대방의 무능과 비리를 비난하고 공격한다. 당연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상식을 가진 정치 진영이라면 스스로를 도덕성 충만한 집단이라 규정하는 어처구니 없는 오만과 독선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도덕성이 진보의 생명”이라는 진보 진영의 주장은 자신들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교만의 표시일 뿐 아니라, 정책 선택과 선호 문제에 대한 논의마저 선/악 대결 구도로 몰고 감으로써 극단적 갈등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한미FTA 반대론자들은 흔히 자신들의 입장은 ‘도덕적’인 반면, 반대 진영의 입장은 ‘부도덕’한 것으로 매도하기 십상이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절대악을 상정한 다음, 자신들은 공동체의 유대와 약자에 대한 배려를 추구하는 순수한 열정과 절대선의 표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상대방의 선택을 존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경쟁과 효율, 시장 원리에 상대적으로 더 의존하는 입장이 부도덕하다고 단정하는 분들은 연대와 배려에 치중하는 정책이 불가피하게 불러오는 관료주의적 폐해 및 윤리적 해이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닌지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자신의 입장만이 윤리적이고 공동체에 대한 깊은 고뇌와 연대의식의 산물이라고 단정할 경우, 상대방은 어떤 고뇌와 성찰을 거쳐서 그 입장에 도달했는지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책 선택과 선호의 문제를 도덕성 논란으로 뒤덮어 버리면, 합리적 논의나 타협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오로지 선악 투쟁과 극한 대립만이 있을 뿐, 윤리적 상대주의에 입각한 관용과 공존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진보의 가치를 도덕성에 두려는 입장은 더 심각한 부작용도 낳는다. 도덕성을 과시하려는 자는 스스로의 윤리적 흠결에 대하여 더욱 매서운 비판을 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도덕성을 남들에게 과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읍참마속’ 운운하며 자기 친구를 공개적으로 참수함으로써 자신의 도덕성을 더욱 장엄하게 남들에게 과시하려는 국내 ‘진보 담론’의 기괴한 몰골은 한국 정치에서 진보 진영의 입지를 박탈하게 될 것이다.

공개적 자아 비판의 강도를 높이기 위하여 더욱 억압적이고 퇴행적인 윤리적 엄숙주의, 위선에 가까운 결벽증세까지 보이면서 그것이 진보의 도덕성인양 착각하는 것은 안타깝다. 솔까말, “성인방송에서 졸라 적나라하게 욕도 하고 찐한 음담패설한 놈은 국개우원에 출마하면 안되나?” 물론 김용민의 출마는 한국적 윤리지형에서 큰 위험부담이 있었던 것이고, 적절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지 않은 무능”에 대하여 비난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 하지만, 그걸 ‘도덕성’ 문제로 접근하여 여성성 비하니 어쩌니 오만상을 찌푸리며 자책의 자기증폭을 해대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진보의 도덕성’ 인증샷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딱하기 그지없다. 진보는 비키니 사진도 보면 안되고, 보니 꼴리더라는 말도 까놓고 하면 안되나? 성인군자 납셨네, 납셨어!

자신의 도덕성을 내세우며 자랑하는 것이 도덕성은 아니다. 유치하고 교만한 자화자찬일 뿐. 상대방을 아예 저질이라고 치부하고(그래서 그들의 노골적 악행조차도 대수롭지 않게 인식되도록 만들어 놓고서는), 고매한 자신들은 스스로의 사소한 잘못도 용납할 수 없다며 매서운 자아비판을 공개적으로 해대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도덕성을 더욱 자랑하기 위한 저열한 자기과시욕에 불과할 수도 있다.

“도덕성이 진보의 가치”는 아니다. 누구도 도덕성을 독점할 수는 없다.

23. April 2012 by youknowit
Categories: 오픈웹 | 1 comment

대통령 후보에게 바라는 것들

12월에 있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야당 내부의 세력다툼과 이합집산은 불가피하겠지요. 그러나, 누가 무슨 자리를 차지하는지 별 관심은 없습니다. 심지어 대선후보로 ‘누가’ 나올지도 그리 중요하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통민당(민통당인가요? 하여간)과 통진당/진신당… 뭐 이런 정당 간에 합종연횡이 이루어질지 사분오열이 될지에 대한 ‘정치공학적’ 계산도 별 흥미가 없습니다. 지역구도, 세대별 지지성향 분석? 그런거 할만큼 한가롭지도 않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누구건, 무슨 정당이건 다음과 같은 ‘분명한 정책’을 제시하면, 그 후보를 전폭 지지하겠습니다. 심지어 박근혜 후보도! (으… :cry: )

오픈웹이 최근들어 부쩍 ‘정치 문제’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오직 한가지입니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바로 공인인증제도가 없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지난 6년간 이 문제와 씨름해온 저의 결론은, 이건 보안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라는 것입니다. 2010년4월 한국에 와서 강연한 세계적인 보안/암호학 전문가 부르스 슈나이어(Bruce Schneier)도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안? 그거 다분히 정치적 문제예요(Security? A lot of it is politics).”

요컨대, 투표 현명하게 하시면 공인인증제도 없앨 수 있습니다. 정치인, 정치분석/평론가들이 우리 일상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정치를 보여주고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 주기를 기다렸지만, 기다리다 늙어죽을것 같다는 생각이 이제 듭니다. 진보니 보수니, 좌클릭 우클릭이니 하는 공허한 이야기들… 헛바람 새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되었던, 다음 정책을 추진하시면 지지합니다.

1. IT 부문

콩크리트 대통령은 별 재미 못봤습니다. IT의 중요성과 산업잠재력을 이해하고, 해묵은 여러 전봇대를 빨리 뽑아줄 사람을 원합니다. 일자리 좀 만들어 봅시다.

공인인증제도

당장 폐지하십시오. 보안 “쑈”에 불과합니다. 이 제도는 전국민의 컴퓨터를 거덜냈고(좀비PC 감염율 세계 정상), 우리 IT산업 전반을 지난 10년간 골병들여 왔고, 국내 보안기술의 발전과 혁신을 가로막아 왔습니다. 은행, 카드사들은 이게 아무 소용 없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사고 계속 났어요, 쉬쉬했을 뿐. 이 제도는 보안업체와 금감원 공무원의 철밥통일 뿐입니다. 전세계 어느 나라도 이런 제도는 없습니다.

안철수교수께서 대선후보로 나온다는 보도 봤습니다. 오픈웹이 2009.3.9에 한 “안철수연구소에 대한 공개 질의“에 대하여 3년이 지난 아직도 대답을 못들었습니다. 그 회사 설립자이신 안철수교수께서 이제라도 그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터넷 실명제

한국IT를 ‘갈라파고스’로 만든 대표적 악법입니다. 국내 IT산업의 날개죽지를 잘라놓고, 세계진출을 가로막아 왔습니다. 최시중씨도 없애겠다고 했어요. 한국 IT산업의 성장잠재력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병신 만들어 온 제도입니다. 전세계 아무데도 안하는 제도입니다. 그거 없어도 범인 잡는데 지장없어요. 10.26선관위 디도스 공격자들이 실명인증 또박또박 했기때문에 잡혔나요? IT부문 일자리 좀 만듭시다, 제발!

정통망법상 임시조치

전세계 어디에도 유례를 찾기 힘든 제도입니다. “저작권 위반이라 주장된 게시물”을 임시로 내리거나, 다시 올리는 제도는 여러 나라에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통망법은 삭제 범위를 거의 무한정 확대하여 규정하고, (삭제된 게시물을) 다시 올리는 절차도 없고, 안내리면 결국 제재를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제도는 포털 사업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외국 사업자들은 이런 부담 없이 사업하는 반면, 만만한 국내 사업자들만 엄청난 규모의 삭제요청에 시달리게 만드는 악법입니다. 국내 사업자들은 직원 월급을 땅에서 파와서 주나요? 누가 이 제도를 단골로 이용했나요? 정치인, 대기업, 조선일보 방사장께서 자신들에게 불리하거나 거북한 내용을 무조건 내리도록 만드는데 주로 써왔습니다.

방통(심의)위원회

정통부의 후신으로서의 방통위원회는 폐지하십시오. “IT산업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요? 관료들의 ‘밥’이 되기를 자청하면서 빵부스러기 좀 얻어먹으려는 발상은 찌질해요. 우리 IT산업에 필요한 것은 관료적 개입/정부지원이 아니라, 자율과 자생력 함양에 필요한 ‘공정한 경쟁 환경’ 보장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금처럼 대기업이나 감싸고 돌지 말고, 제 일을 하면 됩니다.

‘방송통신’ 심의위원회는 ‘방송’심의위원회로 그 권한을 명확히 제한하십시오. 인터넷 콘텐트, 앱까지 검열하겠다는 꼼수는 그만하시죠. 성기 사진이 그렇게 보고 싶어요? 자율 규제에 맏겨두세요. ‘건전한 상식’은 당신들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 본데… 제가 보기엔 당신들이 몰상식해요. 전세계 앱/인터넷 콘텐트를 당신들이 심의하겠다는 것도 몰상식하고, 국내 사업자들의 앱/콘텐트만 심의함으로써 국내 사업자만 괴롭히겠다는 발상은 더욱 몰상식해… 요.

2. 표현의 자유, 공영 방송의 중립성

명예 훼손, 모욕, 허위사실 유포 등을 ‘형사 범죄’로 다루는 것은 이제 좀 그만합시다. 그런걸 ‘범죄’로 보지 않는 여러 나라(대신에, 민사 손해배상 문제로 처리합니다) 사람들은 욕만하고 산답니까?

명예 훼손’죄’, 허위 사실 유포’죄’라는 것이 있어야 상대방 정치인을 고소, 고발할 수 있으니 편리하긴 하겠지요. 여야 할것 없이 반대 세력 때리는데 신나게 써먹던 이들 ‘무기’ 때문에, 한국 정치는 “고소, 고발의 정치”로 저질화되고, 정치 검사가 생겨나며, 법원이 정치에 끌려들어올 수 밖에 없습니다(유죄 판결을 내려도 욕먹고, 무죄 판결을 내려도 욕먹는). 당신들 쌈박질에 쓸 짱돌 좀 확보하겠다고 법원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지 마세요.

민사 손해배상으로 차분하게 시간을 가지고, 조용히 당신들 사이에서 해결하세요. 글고, 변호사 비용 좀 스스로 내면 좋겠어요. 지금은 고소장 한장 달랑 내기만 하면, 국민 세금으로, 검경 인력이, 그 이슈가 ‘한창 뜨거울 때’ 당신들 싸움 대신 해주니 넘 좋겠지만, 이런 기생충 같은 짓 이제 좀 그만하세요.

사상 초유의 방송사 기자 파업사태에 대하여 “기자들이 왜 파업을 하죠?” 라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좀 황당하네요. BBC와 같은 제대로 된 공영 방송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제도 정비의 청사진을 내놓으시면 좋겠어요. 지금의 공영방송 구조가 ‘집권당’에 유리하니까,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를 대비해서 그대로 유지하려는 꼼수같이 보여요. 혹시 이 문제를 건드리면 방송사들이 싫어할까봐 눈치보고 몸 사리고 계시나요? 그렇게 눈치보니까 방송사들이 잘 봐주던가요?

3. 교육

Mamma mia ! 자포자기? 멘붕 상태? 버로우 타시나요?

극성 부모들의 못말리는 교육열 때문에 백약이 무효니까, 뭐 대충 그럴듯한 소리나 몇 마디 공약하고 넘어가자는 태도로 대통령되어 보겠다는 인간은 제 모든 능력을 다해서 까발리겠습니다. (그래 봤자, 오픈웹이 별 영향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일단 이렇게 나가니 기분은 좋군요 ^^)

다음과 같은 정책을 추진해 주십시오:

  • 국공립대(전국 대학의 약24%)는 등록금 ‘전액 면제‘, 국공립대 교원 처우는 정상급 사립대 수준 보장을 약속하십시오. 돈이 어디서 나오느냐고요? MB정부 4년간 저도 통이 좀 커졌어요. 몇 십조를 건설회사에 퍼붓는데(4대강), 거기서 ‘쬐끔만’ 떼어 와도 이런 예산 떡을 치지 않겠습니까?
  • 국공립/사립 불문하고, 더 이상 정부가 대학 교육에 관료적 개입과 간섭을 일체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그 대신, 영국의 Higher Education Funding Council 과 같은 독립 기구를 설립하여, 오직 재정 지원의 적절한 배분만을 결정하고, 행정적 개입은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대학 교수들이 모두 ‘열성적’으로 지지할 것입니다!
  • 등록금이 전액 면제 되는 국공립 대학교는,
    • 입학 선발에 수능/논술 성적을 아예 반영하지 않는 대신, 고등학교 성적만으로 학생을 뽑도록 하십시오.
    • 국공립 대학교 교육과 학생평가의 품질관리를 위하여 대학간 상호 검증 제도(영국 대학들이 서로를 ‘신사답게’ 체크하는 External examiner 제도 같은 것)을 도입하십시오

    사립대학교는 꼴리는 대로 학생을 뽑으라고 자율을 주세요. 사교육에 쩌든 “점수 잘 받는 대치동 학생”만 소복히 뽑아가면서 좋아라 하는 사립대는 그짓 계속하라고 하시고요. 그게 그런 대학 교수들 수준인 걸 어쩌겠습니까? 그와는 다른 비전과 전향적 안목을 가지고 창의적 방법으로 자신의 학생을 고르는 사립대학교도 있을 것입니다. 이들 학교의 졸업생들 중 누가 더 사회나 기업에서 높게 평가 받을지는 두고 보면 알 것입니다.

4. 한-미 관계

한미FTA 하면 “끝내 준다”느니, “끝장 난다”느니 하는 소리 좀 그만하시면 좋겠어요. 당신이 무슨 ‘전지적, 예지적 초능력’의 소유자라서 미래의 일을 훤히 알고 있나요? 도그마에 쩌들어서, ‘무역개방’이 묘방인듯, ‘신자유주의’가 대재앙인듯 설교 좀 하지마세요. 침 튀겨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달려있습니다. 차분하고 치밀하게 ‘각론’을 제시해 주시면 좋겠어요.

  • 피해가 예상되는 섹터에 대한 보호는 어떻게 할 것인지?
  • 이번 정부 들어서자 마자 감행된 쇠고기 수입 개방(“명박산성” ㅋ) 등 각종 ‘추가 양보’로 깨어진 ‘이익 균형’을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개선, 재조정 할 것인지? 추가협상 결과를 실제로 반영하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꼭 조약 자체를 개정해야만 이익 균형의 재조정이 가능하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습니다. 하지만, 조약 자체의 개정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그리고 “대등하고, 당당한 태도로” 요구해야 겠지요. 미국은 추가협상을 요구하고, 한국은 그러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나요?
  • 개성공단 생산품의 원산지 문제가 지난 정부에서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굳어져버림으로써 한미FTA를 한반도 평화 체제 정착과 연계하고자 했던 “원래의 의도와 기대”가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것은 아래 말씀드릴 남북관계 개선 방안과 긴밀히 연결된 문제겠지요.

5. 남북 관계, 한반도 평화

“퍼주기” 하지 말자고 난리를 쳐서 “안주기” 해보니까, 사람까지 죽더라는 것은 지난 4년간의 경험으로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과 대치’가 지속되는 한, 퍼주기도 별로고 강경책은 더더욱 손해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남북 간의 ‘평화 협정’을 임기 내에 체결하고, 군사적 대치 상태를 항구적으로 종식시키고, 정예화 전문화된 직업군인 제도로 전환해 주십시오. 군대 갔다왔나 가지고 생난리 치는 것도 이젠 좀 지겹군요. 군대가 ‘고역’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 물론, 이 공약은 북한 지도부와 긴밀히 협의하여 준비해야 겠지요. 혼자서 데이트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도 이미 여러 접촉 채널이 있을 것이고, 그것 조차 없는 정치세력은 아예 한국 정치에 나서지도 말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국가 보안법은 당연히 폐지해야 겠지요. 형법으로도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이미 한참 전부터 그랬어요.
  • 이 문제에 더 이상 ‘이념’을 들이대지 마십시오. 경제 문제입니다. 일자리 문제입니다. 정신병자 아니면 이점은 이미 본능적으로 공감할 것입니다.
  • ‘통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평화’와 ‘교류’와 ‘교역’이 중요합니다. 사람과 물건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취업, 정착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회사 설립하고 할 수 있으면 그게 “통일”인지, “공존”인지는 semantic의 문제(말장난)에 불과합니다. 핏발을 세우고 “통일”을 외치는 분은 어디 혼자 가서 좀 하시기 바랍니다. 그말 듣고 좋아할 상대방 없습니다. 역지사지 좀 해보세요.
  • 물론, 남북간 평화 체제 정착은 미국, 중국과도 긴밀히 조율해야 할 사안입니다. 임기 내에 평화 체제 정착을 위한 확고하고,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수준의 ‘기틀’정도는 마련하겠다는 비전과 외교적 역량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미국 형님이 우리를 구원해 주실거야, 아멘!” 넘~ 없어보여요 ㅋㅋ. 미제 쪼꼬렡, 빠나나 이런거 맘껏 못 먹어본 사람 같아요. 택배로 스위스 다크 초컬릿, “쇼꼴라 느와” 보내드릴까? 초코렛은 미제보다 스위스, 벨기에가 나아요.

남북 문제는 누구보다 박근혜 위원장이 과감한 조치를 하실 수 있는 분야일 수도 있습니다. 야당이 가스통 할배들 눈치보고 우물쭈물하다가는 완전 ‘새’되는 수가 있습니다. 새눌당은 이미 붉은색으로 갈아 입었잖아요… 농담 아닐 수 있어요.

6. 천안함 사건, 10.26선관위 사건 진상 규명

“1번” 어뢰, 그거 사람들이 진짜로 믿고 있다고 믿으세요? 좀 귀여운 데가 있으셈. 좀비PC 고작 200대로 ‘탁’치니, 선관위 사이트가 ‘억’하고 2시간 반 넘게 뻗더라고요? “디도스 들어오는데, 회선 끊는 헛소리” 좀 하지 마세요. 소가 웃습니다.

천안함 문제는 한창나이 우리 젊은이들이 많이 희생된, 큰 슬픔을 남긴 사건입니다. 그리고 선관위 사건은 민주정부의 핵심을 이루는 선거를 관리하는 헌법기관의 신뢰가 치명적으로 훼손된 사건입니다.

이 두 사건은 ‘정부의 신뢰’가 걸린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카페트 밑으로 대충 쓸어넣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좋아하는 논어의 한 귀절을 인용하겠습니다.

자공이 정치가 뭐냐고 공자께 물었습니다. 공자는 “먹을것 넉넉히 하고, 군대 충분히 확보하고, 사람들이 정부를 신뢰하도록 하는 것이지”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중 뭘 꼭 버려야 한다면 뭐부터 버려야 하나요?”라고 자공이 묻자, 공자는 “군대부터 버려”라고 대답했습니다.

“나머지 중 또 하나를 꼭 버려야 한다면, 뭘 포기해야 하나요?”라고 자공이 또 물었습니다. 공자曰, “먹을 것 포기해. 굶어 죽는 일은 옛날부터 있었어. 하지만 사람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으면, 다 무너져.”

子貢問政。子曰:「足食。足兵。民信之矣。」子貢曰:「必不得已而去,於斯三者何先?」曰:「去兵。」子貢曰:「必不得已而去,於斯二者何先?」曰:「去食。自古皆有死,民無信不立。」 (논어, 12.7)

정부에 대한 신뢰는 정파, 진영논리, 이념, 세대, 지역… 모든 것을 초월한 문제입니다.

16. April 2012 by youknowit
Categories: 보안, 정책제안 | 4 comments

“막말파문”과 관련된 조선일보/한나라당의 법적 책임

조선일보 선정민 기자는 4월13일자 기사에서, 노원갑에 출마한 이노근 후보(새)가 8년 전 어느 인터넷 라디오 방송(라디오21)에서 김용민씨가 한 이른바 ‘막말’을 찾아냈고, “새누리당이 지난 2일 ‘막말 방송’ 편집본을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됐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밑줄은 제가 추가). 조선일보 역시 발언 내용을 대서특필하여 구독자는 물론, 불특정 다수에게 선거직전에 무차별 배포하였습니다.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라디오21의 “김구라·한이의 +18″은 성년자를 상대로 한 적법한 인터넷 방송이며, 그 프로그램에서 김용민씨가 한 발언 역시 적법한 것입니다. 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의 성격상 노골적 표현과 과격한 언사가 사용되지만, 그런 콘텐츠가 거북한 사람은 굳이 그 웹사이트를 일부러 찾아가서 들을 이유도 없거니와, ‘다시 듣기’ 할 이유는 더더욱 없습니다.

이른바 ‘막말’은 8년 전에 방송된 부분이므로, ‘다시 듣기’로만 접근이 가능합니다. 그러려면 www.radio21.tv 에 회원 가입을 해야 합니다. 라디오21의 이용약관 제10조(회원의 권리와 의무)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1. 회원은 서비스를 이용할 때 다음의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합니다.

  • 다른 회원의 ID 및 비밀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하는 행위
  • 서비스를 이용하여 얻은 정보를 회원의 개인적인 이용 외에 복사,가공,번역, 2차적 저작 등을 통하여 복제,공연,방송,전시,배포,출판 등에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
  • 타인의 명예를 손상시키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
  • 회사의 저작권, 제3자의 저작권 등 기타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 [이하 생략]

듣기를 원해서 듣는 성년자를 상대로 노골적 풍자와 개그를 하는 행위는 위법성도 없고 사회상규에 반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함부로 복사, 가공하여 성년/미성년 가리지 않고 무차별 배포하면 어떻게 될까요? 프로그램 출연자의 사회적 평판이 저하되고 명예가 훼손될 뿐 아니라, 그런 내용을 선호하지 않는 성인에게는 짜증(nuisance)을, 미성년자에게는 피해(harm)를 끼치게 됩니다. 이런 행위는 명백히 위법성이 있습니다.

라디오21의 이용약관을 보면, 방송 내용은 오직 “회원의 개인적인 이용”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이노근 후보와 조선일보/한나라당은 라디오21의 “서비스를 이용하여 얻은 정보를 회원의 개인적인 이용 외에 복사, 가공하여 복제, 전시, 배포, 출판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하였습니다. 이런 행위가 법적으로 용납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성인물의 “개인적인 이용”을 트집잡는 나라는 별로 없지만, 어른/어린이 가리지 않고 배포하는 파렴치한 범법행위를 용납하는 국가는 없습니다.

이노근 후보와 조선일보/한나라당은 이용약관을 어기고 출연자 등에게 위법한 손해를 가하고, 성인취향의 콘텐츠를 미성년자에게까지 배포, 소개한 행위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져야할 것입니다. 적절한 절차(예를 들어, 손해배상청구)가 제기되면, 그것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위선적이고 억압적인 도덕적 엄숙주의에 대하여 논의할 기회도 마련될 뿐 아니라, 김용민씨 발언이 언제,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그리고 조선일보/한나라당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려질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조선일보/한나라당이 성인물 배포 및 검색 안내를 업으로 하는 곳인가요?

박근혜위원장께서 “우리 아이들 교육이 염려된다”고 하셨으니, 과연 누가 그런 상황을 초래했는지 규명해야 할 것입니다. 성인취향 콘텐츠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청소년 교육을 위협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콘텐츠를, 이용약관을 어기고 위법하게 배포, 소개한 조선일보/한나라당의 행위가 그런 위협을 초래하는 것인지 냉철히 가려내는 작업은 앞으로 우리 정치 담론의 수준향상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 아닐까요? 성인물을 아이들에게까지 유통시키는 품격없는 행위를 스스로 해놓고선, 짐짓 고상한 척 “아이들 교육이 염려된다”며 심각하게 표정 연기를 하는 협잡과 야바위가 진정한 정치는 아닐 것입니다.

선거도 끝났으니, 이런 문제들을 이제 차분하게 따져보고 범법행위를 한 자들에게 상응하는 법적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p.s.

  1. 이노근 당선자를 선거법 위반으로 걸어보자는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 선거는 끝났지만, 선거운동 기간의 행적은 정확히 평가되어야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2.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를 하자는 주장은 저는 반대합니다. 명예훼손을 “형사범죄”로 처벌하는 현행법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억압하는 것이고, 시급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형사 고소를 해 본들 검경이 제대로 수사할리도 없습니다.
  3. 조선일보/한나라당의 행위가 청소년 보호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민사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할지 등의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 물론, 조선일보/한나라당은 “후보자 인격 검증”이라는 공익적 필요가 있었다는 주장을 내세울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인취향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인격적 결함”인가? 그런 인사는 아예 정치 참여를 금지하는 것이 “후보자 검증”인가? 정치는 “돈있고, 힘있고, 고귀한 분들만” 하는 것인가? 등의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저는 “진보 논객”이란 분들이 이런 논의를 선도하기를 기대했습니다만, 웬걸, 조선(시대) 뺨치는 편견과 오만이 “도덕성”으로 포장되어 제시되는 것이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지젝, 들뢰즈, 라깡 들먹이면 진보가 되는 줄 아시나 본데…

14. April 2012 by youknowit
Categories: 오픈웹 | 20 comments

4.11총선 후에 드는 생각

선거는 “신뢰”와 “희망”이 격돌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집권정당은 자신들이 그동안 행한 행적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었는지/잃었는지를 평가 받는 반면, 야당은 집권당이 채택하지 않은 대안이 앞으로 자신들에 의하여 채택되고 실행된다면 얼마나 더 좋을지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고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4.11 선거에서 야당이 패한 이유는 집권당이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야당이 아무런 희망도 제시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수여당이 아무리 신뢰를 잃어도, 야당이 희망을 제시 못할 경우 ‘부패정권심판’ 레파토리만으로는 흥행에 참패한다는 점을 깊이 새기면 좋겠습니다. 다수 유권자와 언론은 보수여당의 부패/불법에는 둔감하고, 야당의 막말에는 지극히 민감하다는 점도 기억해 주세요. “불법과 비리야 괜찮지만, 감히 어떻게 막말을!” 조선일보의 이런 헛소리가 먹히는게 우리 현실입니다. 현실을 외면하고 성공하는 정치인은 없습니다.

지난 4년간 야당은 존재감이 없었을 뿐 아니라, 희망을 제시하긴 커녕 지지자를 절망하게 하는 처사를 거듭해왔습니다. 급기야 최근 몇달 간의 상황은 시민 게릴라 서너명이 홀홀단신으로 집권당에 맞서는 형세가 연출되었고 야당은 방관자 비슷한 태도로 전리품이나 챙기려는 한심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중요한 정책적 쟁점들에 대하여 야당은 매력적인 대안과 희망을 제시했으면 좋겠습니다.

남북한 관계, 한반도 평화

야당의 입장이 뭔가요?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한다? 역부족입니다. 획기적으로 진전된 더 큰 그림, 더 나은 그림을 그려주세요. “빨갱이”라고 몰아세울까봐 겁이 나서 빌빌한다고 표가 생깁니까? 한나라당도 이제는 빨간색 옷 입고 다녀요. 쫄지 좀 마세요.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며, 한반도 전체의 평화를 위하여 어떤 전략과 구상을 가지고 있는지 분명히 제시하기 바랍니다. 이런 주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우리 모두가 이 문제를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주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미 관계

한미 관계에 관한 현실성 있고 신뢰할 만한 대안을 내놓기 바랍니다. 국수주의/외세배격주의/민족주의 담론에 기대어 “한미FTA 파기” 운운하면 표가 생기는지 떨어지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정부의 협상과정에서 이미 포함되어 있던 투자자분쟁중재(ISD)제도를 이제 와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좀 찌질해보여요. 그때 반대하지 그랬어요? 그때부터 반대했다? 그게 자랑인가요? 찬성한 사람은 뭐가 되나요? 적어도 ISD에 관한 한, 지난 정부에서 찬반에 대한 결론이 도출되는 과정과 절차가 그렇게 비민주적이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때는 그게 뭔지 몰랐다고요? 잘 났어 정말.

물론, 지난 정부가 수행한 한미FTA 협상의 “기본 전제”가 중요하게 변화했다면, 그것을 이유로 한미FTA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합니다. 저는 두가지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고 믿습니다.

  • 이번 정부 들어서자 마자 감행된 쇠고기 수입 개방 등 각종 “추가 양보”는 지난 정부에서 “타결”된 FTA협상을 다시 열어서 “이익 균형”을 깨트리는 것이었고,
  • 개성공단 생산품의 원산지 문제가 지난 정부에서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굳어져버렸다는 것은 한미FTA를 한반도 평화 정착과 연계하여 큰 그림을 제시했던 지난 정부의 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변경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하여 야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명확히 설명하고,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정책 비전을 제시하면 좋겠습니다.

공영 방송의 독립성 확보 방안

사상 초유의 방송사 기자 파업사태에 대하여 지지성명이나 달랑 내고 할일 다 했다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안습입니다. BBC와 같은 제대로 된 공영 방송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제도 정비의 청사진을 좀 내놓으시면 좋겠어요. 이미 내놓았나요? 전 전혀 몰라요. 저 처럼 별 관심 없는 민초들도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정책을 제시할 능력이 없다면, 정치는 접고 딴 직장을 찾는게 옳지 않을까요?

지금의 공영방송 구조가 “집권당”에 유리하니까,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를 대비해서 그대로 유지하려는 꼼수같이 보여요. 혹시 이 문제를 건드리면 방송사들이 싫어할까봐 눈치보고 몸 사리고 계시나요? 그렇게 눈치보니까 방송사들이 잘 봐주던가요?

교육 문제

포기하셨나요?

대학 등록금을 거의 안받는 유럽 여러 나라들도 잘 꾸려나가고 있어요. 그게 포퓰리즘도 아니고, 공산주의도 아니잖습니까? 경제적 격차가 교육을 통해서 대물림되고 있는 우리 사회 실상의 심각성에 대한 해법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제제기라도 좀 해주셔야 하지 않나요?

거의 대부분의 이른바 선진국들은 우리식의 “엄청 변별력 있는” 수능, 대입선발 제도를 아예 금지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이해라도 하시나요? 어째서 조선일보 같은 매체가 현재의 제도를 “변별력”이라는 미명하에 필사적으로 유지하려는지 아시나요?

경제

박근혜 위원장의 해법은 이렇습니다: “민생을 챙겨야죠.”

야당은, “민생을 더 잘 챙겨야죠”라고 할 건가요? “민생을 챙겨야죠”라는 공허한 담론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라도 좀 지적해 주세요. 제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당신들 또는 한나라당이 “경제를 살리는” 마법이 있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자유롭고 공평한 경쟁과 창의를 억압하는 제도적 장애가 무엇인지를, 적어도 주요한 몇 가지나마, 파악하고 이것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전략을 좀 내놓기 바랍니다.

표현의 자유, 인터넷 규제

방통(심의)위원회 어떻게 할 건가요? 인터넷 실명제, 그리고 인터넷을 상대로 한 각종 검열 제도에 대하여 분명히 그 입장을 정하기 바랍니다. 정통망법 도입의 “원죄”에 대하여 사죄는 못 할망정,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 유리할 거라는 꼼수로 우물쭈물하고 있는 현재의 태도는 찌질하기 그지 없어요.

명예 훼손, 모욕, 허위사실 유포 등을 형사범죄로 다루는 우리 법제에 대하여 야당은 그 입장을 분명히 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바랍니다. 별 실효성도 없는 처벌예외(위법성 조각) 사유나 찔끔 찔끔 갖다 붙이는 식의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는 현재의 태도는 진정성이 없습니다. 명예 훼손, 허위 사실 유포 등에 관한 조항이 있어야 상대방 정치인을 고소, 고발할 수 있으니 편리하긴 하겠지요. 여야할것 없이 신나게 써먹던 무기(반대 세력을 때리는데 사용하는 무기)를 포기하기 싫겠지만, 이제는 좀 큰 안목으로 진솔하게 접근해 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아무 나라도 안하는 공인인증제도, 민주당이 도입한 이 제도 좀 폐지해 주시면 좋겠어요. 공인인증제도 폐지되면 저도 오픈웹 그만할까 해요.


p.s.
반말 좀 할께. 미안하지만 당신들이 집권하면 뭐가 좋아지는지 난 아직도 모르겠어. 주야장천 “쟤들은 더럽고, 우린 깨끗해요”라면서, 그 잘난 “도덕적 우월”에 목을 매다니까, “왜 막말해!” 한 마디에 훅~ 가잖아. 쟤들 더러운거 니가 이야기 안해도 다 알아, 등신아!

12. April 2012 by youknowit
Categories: 오픈웹, 정책제안 | 5 comments

선관위 투표소 검색사이트의 접속 오류(인증서 오류)

윈도우 운영체제를 이용하시는 분들 중, 파이어폭스/오페라 웹브라우저로 선관위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투표소 검색을 시도하면 다음과 같은 경고창이 뜹니다(처음 두 그림). 리눅스 운영체제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모든 웹브라우저(크롬 웹브라우저도 포함)에서 경고창이 뜹니다(세번째 그림).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선관위 투표소 검색 사이트(https://si.nec.go.kr/)는 “행정전자서명 인증관리센터(GPKI Root CA)”가 발급한 서버인증서(SSL Certificate)를 사용하여 암호화교신을 합니다. 그런데 파이어폭스/오페라 웹브라우저는 우리나라의 행정전자서명 인증관리센터를 믿지 않습니다. 과연 행안부가 안전하게 인증관리센터의 업무 수행을 감독하는지(그럴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국제적으로 인증기관들의 업무를 점검하는 공신력 있는 보안감사(Security audit) 전문기관의 점검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내에서, 한국법으로는 “공인”인증기관이라고 되어 있지만, 웹브라우저 회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정한 일정한 기준에도 못 미치므로 한국 정부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공인인증제도”를 도입한 분들이 애초에 인터넷이 무엇인지, 인증체계가 무엇인지, 보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생겨납니다. 고강도 암호화만 하면 보안이 되는 줄 착각하고, 우물안 개구리 마냥 자기 동네에서만 통용되는 인증 체계를 “공인”인증이라면서 힘(행정력)으로 밀어붙이는 우매함이 안타깝습니다. 보안은 “기술”만으로 되는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신뢰(trust)”의 문제입니다. 정부가 보안이나 신뢰를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신뢰는 “인간”이 수행하는 업무에 대한 관리적 측면을 제대로 점검하는 믿을 만한 메커니즘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인터넷은 국경을 넘어 존재하고 기능하는 것이므로, 정부에 의존하는 “국내용” 보안/신뢰 체계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데, 이점을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민간 인증기관들과 더불어 “정부”가 인증기관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프랑스, 일본, 타이완 등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들 정부의 최상위 인증기관은 국제적인 신뢰 검증 메카니즘 안으로 들어가서 검증을 받고 신뢰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루트인증기관(두개 입니다; NPKI Root CA와 GPKI Root CA)은 국내에서만 위세를 부려왔을 뿐, 국제 무대에서는 명함도 못내미는 형국인 것입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국내 루트인증기관들을 믿어줍니다. 국가별 윈도우 점유율 전세계 최고를 지난 10년간 확고부동하게 유지하는데 필요한 온갖 제도적 조치를 자국민들에게 강요한 “기특한” 한국 정부에게 그 정도 “개밥”은 줘야겠지요(윈도 점유율 2위 이하는 레소토,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통가 등이 치열하게 각축하며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습니다)… 윈도용 크롬, 사파리 웹브라우저는 윈도 운영체제(OS)가 믿는 루트인증서를 그대로 믿기 때문에 윈도에서 크롬/사파리/IE를 사용하여 선관위 투표소 검색 사이트에 접속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경우(윈도에서 파이어폭스/오페라를 이용하거나, 맥, 리눅스OS 이용자들의 경우)에는 선관위 투표소검색 사이트는 “믿을 수 없는 사이트”라는 경고가 나타납니다.

좀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투표”장소” 검색하는데 어째서 이름/생년월일/성별을 입력하도록 요구하나요? 그런거 전혀 묻지 않고, 그냥 주소만 입력하면 투표장소를 알려주면 될 일 아닌가요? 투표장소가 무슨 비밀이라도 됩니까? 오직 자기 투표장소만 검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이유라도 있나요? 친구, 친지의 투표장소를 검색해서 알려주면 큰일이 납니까?

이름/생년월일/성별을 입력받기 때문에 그런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하여 암호화 교신을 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지만, 애초에 그런 개인정보를 요구할 필요도 없고 요구해서도 안될 서비스를 그런식으로 설계하는 것부터가 문제입니다. 게다가 이름/생년월일/성별까지 낱낱히 요구해 놓고서는, 막상 “본인의 투표소”는 정확히 알려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이 코메디는 도대체 뭡니까?
이름/생년월일/성별까지 요구해 놓고, 제대로 투표장소를 알려줄 수 없을 수 있다는 안내

황당한 것은 또 있습니다. 모바일 웹브라우저로 투표소 검색하면 인증서 오류가 뜨지 않습니다. 대다수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OS/웹브라우저는 MS사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한국의 루트인증기관은 신뢰받지 못하고, 이들이 발급한 서버인증서로 암호화교신을 시도하면 인증서 오류가 뜹니다. 따라서 선관위는 유저가 입력한 개인정보(이름/생년월일/성별)를 아예 암호화하지 않고(누구든지 들여다 볼 수 있게) 서버로 전달되도록 설계하여 인증서 오류창은 뜨지 않도록 해 두었습니다. 이건 뭐,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라고 밖에는 더 할 말이 없습니다.

한가지만 부탁드릴께요. 유저에게 함부로 이름/성별/나이 묻는 일은 그만 좀 해주세요.

11. April 2012 by youknowit
Categories: 보안, 선관위 접속장애 사건 | Leave a comment

“도덕성” 논란

오픈웹이 어째서 웹표준 이야기는 안하고 선관위 사건을 들이파고 있냐는 분들도 계십니다. 오픈웹을 시작했던 6년전 상황에 비교할 때, 웹표준 문제는 이제 오픈웹이 더 이상 기여할 부분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웹표준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는 이제 거의 모두가 이해하고 있습니다.

금융거래 보안/공인인증서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도 오픈웹은 그동안 열심히 그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앞으로도 국내 “보안 담론”의 허구성에 대하여는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것입니다. 공인인증서가 그렇게 훌륭한 보안 수단이라면 그야말로 강제할 이유가 없습니다. 진정으로 보안에 도움이 되고 사고거래를 줄일 수 있다면, 굳이 강요 안해도 금융기관들이 앞다투어 쓸 것입니다. 물론, “보안 문제”는 웹표준 문제보다 훨씬 강고한 심리적 장벽이 있고, 보안업계-감독관청의 이해관계/감독권한을 둘러싼 밥그릇 챙기기 문제가 걸려있어서 쉽게 해결되지는 않지만 결국은 업계의 기술 진전과 창의적 경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 올 것입니다.


오픈웹은 보다 넓은 의미의 “개방(openness)”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생각을 꽉 틀어막고, 억압하고 있는 사고(思考)의 장벽들을 하나씩 허물어 나가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합니다. 막힌데 없이 실상을 두루 살피고 정확히 파악하는 안목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뜻이 물론 아닙니다 ㅎㅎ. 다함께 노력해 보자는 것입니다.

국회의원에 입후보한 어느 분이 8년전 성인방송에서 한 “험담개그”에 대하여 “도덕성” 논란이 뜨겁습니다. 온갖 이슈들이 맞물려있지만, 한발 뒤로 물러서서 옛날 텍스트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논어(論語)입니다. 물론 공자와 논어에 대하여도 무수히 다양한 관점들이 있어서 이 글의 논지도 쉽게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건 함 보죠.

관중(管仲; 약720BC-645BC)은 제(齊)나라의 재상으로, 제 환공을 보좌하여 제나라가 여러 제후국을 아우르는 패권을 장악하는데 공헌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공자는 관중에 대하여 인색한 평가를 내립니다(논어, 3.22).

“관중은 쪼잔해!” (管仲之器小哉!)

그러자, 누가 궁금해 합니다.

“검소했다, 그 말씀인가요?” (管仲儉乎?)

검소하긴 커녕, 졸부에 가까울 뿐 아니라 예의 법도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공자는 관중을 혹평합니다.

그 사람은 집을 세채나 가지고 있었고, 집마다 하인들이 따로 있었어. 그게 검소한 건가? (管氏有三歸,官事不攝,焉得儉?)

그리고, 제후도 아니고 그를 보좌하는 주제에 감히 제후들이 하는 화려한 장식을 자기 집에 하고 있었어. 관중이 예의를 알면 개나 소나 예의를 알게? (管氏而知禮,孰不知禮?)

그러나, 관중이 “인(仁)”이라는 덕목을 갖추었는지에 대하여 공자는 매우 흥미로운 입장을 보입니다. 이 부분이 제가 말씀드리려는 핵심입니다만, 그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인(仁)”이라는 개념이 지금껏 너무 오해/오역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관중이 “인(仁)”을 구비했는지에 대하여 이야기 하기 전에, 공자가 말하는 “인(仁)”이 뭔지에 대하여 원전 텍스트를 몇개 봅시다.

‘仁’이란 무엇인가?

“仁”이라는 글자를 우리는 흔히 “어질 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질다”가 무슨 뜻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꾹 참고 너그럽게 관용의 미덕을 베푸는 것, 꼴보기 싫어도 온화하게 용서해주는 것, 자비롭고 따뜻하게 품어주는 것이 인(仁)이라고들 생각합니다. 영어권의 중국학 연구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benevolence, compassion 등으로 仁을 번역해오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仁과 人이 발음도 같고(ren), 상형 구조도 근접하며, 실제로도 고문헌에 자주 혼용되는 사례가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상대를 대하는, “온정이 넘치는” 태도가 仁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인간적”이라는 것이 뭔지 저는 도통 모르겠지만. 영어권 학자 중에도 이런 견해를 채용하여 humaneness 라고 仁을 번역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자의 설명을 함 보죠.

까칠하고, 깐깐하고, 투박하고, 말 수도 별로 없는 것, 이게 오히려 仁에 가까워. 剛毅木訥,近仁 (논어, 13.27)

더러운 꼴을 보더라도 “좋은 낯으로, 부드럽고, 점잖게 말하는 것”? 그건 “교언영색”이고, 仁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멉니다(巧言令色,鮮矣仁)! 당대 사람들도 이점을 흔히 헷갈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공자의 제자들은 이 구절을 여러번 반복하여 강조합니다(논어, 1.3, 17.17). 공자도 이렇게 말합니다.

듣기 좋은 말이나 하고, 좋은 낯으로 대하고, 졸라 공손하게 행동하는 것을 쭈오치우밍은 쪽팔려 했어. 나도 그래. 원한을 감추고 친구처럼 좋게 대하는 짓을 쭈오치우밍은 부끄러워 했어. 나도 그래. 巧言、令色、足恭,左丘明恥之,丘亦恥之。匿怨而友其人,左丘明恥之,丘亦恥之 (논어 5.25)

불의를 보고도 “자신을 억누르고 너그럽게 대하는 것”을 “어질다(仁)”고 하나요? 그건 비겁한 병신 짓이고, 공범자가 저지르는 행동입니다. 옳지 않은 일이 있으면 “참지 않고” 맞서는 용기, 결기, 강단이 바로 공자가 말하는 “仁”에 가깝습니다. 쫄아서 꼬리를 내리고 “꾹 참는” 것이 仁이 아닙니다. 쫄지 않는 용기, 피해를 보더라도 과감히 맞서 짱돌을 던지는 “깡아리”가 오히려 ‘仁’에 가깝습니다.

仁한 사람은 반드시 용기가 있지. 하지만, 용기가 있다고 해서 仁한 것은 아니지. 仁者,必有勇。勇者,不必有仁 (논어, 14.4)

仁은 한마디로 “윤리적 결기”, “쫄지 않는 강단”입니다. 물론 올바른 판단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겠지요. 사시미칼을 마구 휘둘러 대는 조폭도 쫄지 않기는 마찬가지니까요. “용기 있다고 해서 仁한 것은 아니다”라는 중요한 단서가 그래서 붙는 것입니다.

누구를 감싸주고 옹호하는 것, 이것도 윤리적 강단이 필요하고, 누구를 증오하고 공격하는 것도 윤리적 강단(깐깐함)이 필요한 것입니다. 唯仁者, 能好人 能惡人 (논어, 4.3)

“仁”을 그저 너그러움, 자비, 관용, 인자함, 심지어는 온순함이라고 오해하기 때문에 논어 귀절의 많은 부분들이 그 의미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왜곡되어 왔습니다. 관중에 관한 다음 귀절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 귀절에 나오는 仁도 너그러움이나 인자함이 아니라, “윤리적 강단”, 이른바 “치열한 도덕성”의 문제를 다루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仁”이라는 단어는 “도덕성”이라고 표시하겠습니다(“어질다”라는 한심한 오역을 피하기만 하고, “仁하다”라고 그냥 둘 경우, 읽는 사람들은 그 의미를 인자함/너그러움/온순함이라고 백발백중 오해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도덕성”이란 무엇인가?

자공이 말하기를, “관중은 도덕성이 없는 자 아닌가요? 제 환공이 그의 형(糾)을 죽게했을 때, 관중은 자살하기는 커녕 환공 밑에서 벼슬을 했잖아요.” 子貢曰:「管仲非仁者與?桓公殺公子糾,不能死,又相之。」

규와 환공은 형제 간이었고, 관중은 원래 규(糾)를 모시고 있었습니다. 규와 환공이 제(齊)나라 제후 자리를 놓고 “형제의 난”을 벌일때, 규를 보좌하던 관중은 환공을 살해하려 시도했으나 실패하였고, 규는 이웃나라로 도망가고 그 동생 환공이 제나라 제후가 된 후, 이웃나라를 압박하여 규를 살해하게 하였습니다. 자신의 보스가 이렇게 살해되면 관중도 마땅히 자결하는 것이 당시의 “도덕성”에 부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관중은 친구(포숙아)의 빽을 동원하여(이른바 “관포지교(管鮑之交)“) 오히려 환공의 재상으로 기용되는 수완을 발휘하였습니다. 자공(공자의 제자)은 바로 이점을 지적하며, 관중의 파렴치한 “배신”과 “줄타기”라고 비난하는 것입니다. “도덕성 제로(0)”라는 것이죠. 참조.

공자의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관중은 환공을 보좌하여 여러 제후국의 패권을 차지하고 천하를 바로잡았어.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은 그 혜택을 누리고 있어. 관중이 없었어봐, 오랑캐들이 우리를 지금 지배하고 있을거야. 필부들처럼 소갈머리 없이 자결하고 그 시체가 시궁창에 딩굴어도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 그런걸 원하나? 「管仲相桓公,霸諸侯,一匡天下,民到于今受其賜。微管仲,吾其被髮左衽矣。豈若匹夫匹婦之為諒也,自經於溝瀆,而莫之知也。」 (논어, 14.17)

자로(공자의 제자)도 비슷한 질문을 했고, 공자의 대답은 더욱 분명합니다.

“환공이 규를 죽게했을 때, 소홀(召忽)은 자결했는데 관중은 자결을 안했어요. 도덕성이 없는 것 아녜요?” 子路曰:「桓公殺公子糾,召忽死之,管仲不死。」曰:「未仁乎?」

“환공이 아홉 제후국을 규합하는 일을 전쟁 한번 안치르고 성사시킨 것은 관중의 능력이었어. 그 정도 도덕성을 갖춘 사람이 어디 있나. 그 정도 도덕성을 갖춰봐.” 子曰:「桓公九合諸侯,不以兵車,管仲之力也。如其仁!如其仁!」 (논어, 14.16)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것이 정당화 된다”거나, “부도덕해도 좋다, 부자되게만 해다오”라는 따위의 천박한 주장을 공자가 내세우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논어의 여러 다른 귀절들을 보면, “도덕성(仁)”은 공자가 설파하는 윤리 체계의 가장 중요한 핵심을 이루는 것이지만, 결코 단순한 흑백 논리로 단정 짓거나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도그마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사안의 경중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상황과 처지를 두루 감안하는 균형 감각이 필요합니다. “도덕성”이 마치 무슨 “절대적 가치”인양, 하늘이 두쪽 나도 관철되어야 할 “하느님 말씀”인양, 앞뒤 물불 안가리고 시도때도 없이 들이미는 경박하고 교조적인 태도는 안습일 따름입니다. 거기다가 만사를 “논리”로만 재단하려는 단순함까지 더해지고, 자신의 도덕적 우월감까지 부지불식 간에 스며들게 되면, 뭐 거의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되는 것이지요.

다음 귀절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공자님 말씀”입니다. ^^

기쁜 마음으로 도덕성을 실천하는 사람은 도덕성이 모자라는 자를 미워하지 않아. 그런 경우 못봤어. 도덕성을 흔쾌히 실천하는 사람은 그걸 그리 대단한 것으로 여기지 않지만, 도덕성이 모자라는 자를 미워하는 자는 그걸 도덕성이라고 여기지. 도덕성이 모자라는 자를 사용해서 자기 자신을 높이려하지마. 我未見好仁者,惡不仁者。好仁者,無以尚之;惡不仁者,其為仁矣,不使不仁者加乎其身。(논어, 4.6)

지가 좋아서 도덕적인 삶을 사는 거라면(好仁者), 그게 뭐 대단할 거 있나요? 상받고 칭찬받으려고 그렇게 사는 분들에게는 그게 엄청 소중하고 존귀한 것이어야 하겠지만…

09. April 2012 by youknowit
Categories: 오픈웹 | 1 comment

10.26 선관위 사건 수사기록에서 드러난 사실

올해 1월초에 있은 검찰 수사 발표는 선관위가 7시경에 KT회선 두개를 모두 닫았다는 사실조차 숨겨 덮었다. 그러나 참여연대의 정보공개청구로 기술보고서가 공개되어야 할 상황에 처하자 선관위는 KT회선을 스스로 닫았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한편, 7시 이후에는 과도한 트래픽이 하나의 회선(LG U+회선)으로 몰려와서 접속장애가 생겼다는 주장을 내세웠다(1월말).

하지만 한겨레 신문이 최근 입수한 선관위 사건 수사기록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들은 선관위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을 보여주고 있다.

7시 이후의 트래픽 ‘유입’ 상황

선관위가 지금껏 숨기고 있는 “LG회선과 연결된 디도스 방어장비”의 트래픽 처리량 그래프는 다음과 같다. 이 그래프가 공개되어서는 안될 이유라도 있는가?

LG회선과 연결된 선관위 디도스 장비 트래픽 처리량

LG회선과 연결된 선관위 디도스 장비 트래픽 처리량

이 자료를 보면 7시경부터 7Mbps가량의 트래픽이 LG회선을 통하여 선관위로 들어오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선관위가 말하는 이른바 “1차 정상화” 기간(7:10-7:30) 동안의 트래픽 처리량이 다른 기간에 비하여 더 많거나 적은 것도 아니었다. 즉, “1차 정상화”라는 것은 유입트래픽 규모가 변화하여 생긴 것이 아니었다.

선관위가 LG U+회선에 의존하던 7시 이후에, LG U+는 디도스 공격트래픽을 자체적으로 탐지하여 차단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검찰 수사기록에는 이미 포함되어 있었다. 일반인들은 다음 정보를 참여연대의 정보공개청구 결과로 올해 3월14일에야 비로소 접하였지만(http://openweb.or.kr/?p=5494), 검찰은 작년 말에 이 자료를 이미 가지고 있었다.

LG U+가 탐지하여 차단한 공격트래픽

LG U+가 탐지하여 차단한 공격트래픽

요컨대, 7시경부터는 7Mbps 규모의 트래픽이 선관위로 유입되고 있었고, 1기가(Gbps) 또는 550메가(Mbps)가 넘는 대규모 공격트래픽은 LG U+가 모두 막아주고 있었으므로 선관위로는 큰 규모의 공격트래픽이 애초에 들어오지도 않았으며, 선관위의 디도스 방어장비는 미미한 수준의 나머지 공격트래픽을 모두 걸러내고 정상트래픽을 통과시키고 있었다. 장애가 일어날래야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LG회선과 연결된 선관위 디도스 방어장비의 트래픽 처리량

7시 이후의 트래픽 ‘송출’ 상황

최근 입수된 다음 자료는 7시 이후의 선관위 접속 장애는 과도한 트래픽이 선관위로 유입되어서 생긴 것이 아니라, 트래픽이 아예 선관위 바깥으로 나가지를 못하여 생긴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7:10-7:30 사이의 소위 ’1차 정상화’ 기간을 제외하고는 송출트래픽(아래 그래프의 붉은색 부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KT회선과 연결된 선관위 라우터의 트래픽 처리량

KT회선과 연결된 선관위 라우터의 트래픽 처리량

실은 이것과 거의 같은 자료가 검찰수사기록에 이미 포함되어 있었다. 선관위는 올해 1월말에 “DDoS 공격시 DDoS 장비 트래픽 처리량”이라는 애매한 제목의 트래픽 그래프를 공개하였지만, 사실 그것은 “KT회선과 연결된 디도스 장비”의 트래픽 처리량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7:10-7:30에 나타나는 트래픽(아래 그림, 붉은색 타원으로 표시)은 위 그래프의 붉은색 부분(송출트래픽)에 해당하는 것이며 이것은 선관위가 바깥으로 내보낸 트래픽이었다. 이때 선관위는 KT회선을 닫아두고 있었으므로, 그 시점에 표시되는 트래픽은 KT회선으로 ‘인입’되는 트래픽일 수가 없고, 선관위가 처리한 응답 트래픽이 바깥으로 ‘송출’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트래픽일 수밖에 없다.

KT회선과 연결된 DDoS장비 인입/송출 트래픽 처리량, 선관위 보고서 슬라이드 13(부분)

KT회선과 연결된 DDoS장비 인입/송출 트래픽 처리량, 선관위 슬라이드13(부분)

이상 자료에서 도출되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 (1) 7시부터는 트래픽이 선관위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여” 접속장애가 생겼고,
  • (2) 7:10 – 7:30 사이의 이른바 “1차 정상화”는 트래픽이 바깥으로 송출되도록 선관위가 모종의 조치를 7:10에 취했기 때문이고,
  • (3) 7:30부터 다시 트래픽이 선관위 바깥으로 송출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 상태는 8:40경까지 지속되었는데 이것 역시 과도한 트래픽이 선관위로 ‘유입’되어 생긴 것은 아니다.

선관위로 ‘들어오는’ 트래픽이 급격히 늘어나거나 줄어들었다면 디도스 공격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현상이라고 판단해야 하겠지만, 선관위로 들어오는 트래픽은 7Mbps 수준이 계속 유지되는데 반하여, 선관위가 바깥으로 ‘내보내는’ 트래픽은 없다가(7:00-7:10), 있다가(7:10-7:30) 다시 없어지는(7:30-8:40)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선관위가 스스로 취한 조치(트래픽 ‘송출’ 규칙을 이리 저리 스스로 바꾼 행위)로 생겨난 결과일 수밖에 없다.

7시 이후에도 디도스 공격은 계속되었지만, 큰 규모의 디도스 공격은 망사업자(LG U+)가 미리 차단해주고 있었고 나머지 사소한 공격트래픽은 선관위의 디도스 방어장비가 모두 걸러내고 있었으므로, 디도스 공격 때문에 선관위의 접속장애가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관련 글:
[한겨레] 10·26 선관위 사건의 진상 (4월5일)

04. April 2012 by youknowit
Categories: 보안, 선관위 접속장애 사건 | Leave a comment

선관위의 자료 제시 “기법”

선관위가 국민을 상대로 늘어놓은 “스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KT선을 닫으니, LG선으로 1차 정상화가 되더라. 그런데 디도스 공격이 다시 들어와서 접속이 원활하지 못하였다.”
  • “사이버 대피소 이동은 기술적으로 간단하지가 않아 KT로부터 특별한 기술지원을 받아 8:32에 이루어졌고, 그때부터 접속이 원활했다.”

이 “스토리”를 내세우기 위하여 선관위는 다양한 수법을 사용합니다.

트래픽 그래프

선관위는 “DDoS 공격시 DDoS 장비 트래픽 처리량”이라고 제목을 붙힌 다음과 같은 그래프를 공개하였습니다(선관위 슬라이드13)
DDoS장비 트래픽 처리량, 선관위 보고서 슬라이드 13(부분)

그러나, 이 그래프는 실은 “KT회선과 연결된” 디도스 장비의 트래픽 처리량입니다. LG회선과 연결된 디도스 장비의 트래픽 처리량 그래프는 따로 있습니다. 선관위는 이것을 숨겨놓고 위 그래프가 마치 양쪽(KT, LG) 모두에서 유입된 트래픽인 것처럼 제시하였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이 그래프는 “인입”만을 표시한 것이 아니라, 인입(inbound)과 송출(outbound)을 모두 표시한 것입니다. 특히 7:10-7:30 사이의 트래픽(붉은 동그라미 부분)은 선관위로 유입된 트래픽이 아니라, 선관위가 바깥으로 내보내는 트래픽이라는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도록 제시함으로써 기술 분석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때의 소위 “1차 정상화”는 LG회선으로 트래픽이 제대로 유입되어서 생긴 것이 아니라, LG회선으로는 트래픽이 송출되지 못하도록 선관위가 틀어막고 있다가, 이것을 7:10에 열었다가 7:30에 다시 틀어막아서 생긴 현상이었습니다.

소위 “1차 정상화” 때는 우연히 디도스 공격이 멎었을까요? 아닙니다. 그때도 디도스 공격은 있었지만, 망사업자 LG U+가 미리 막아주고 있었으므로 선관위에는 애초부터 영향이 없었습니다.

디도스 대응 매뉴얼

선관위의 대응메뉴얼은 디도스 공격 대응 절차를 5단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선관위 디도스 대응 절차 5단계

“회선 차단”을 해도 된다는 말은 물론 없습니다. 제3단계(초동조치)의 내용은 “공격IP주소를 차단”하라, “대역폭을 늘이라”는 것입니다.

선관위는 KT회선을 닫음으로써 대역폭을 줄였는데, 이것이 마치 대응매뉴얼에 따른 “초동 조치”인양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선관위 기술보고서 슬라이드3

사실은 선관위가 KT회선을 닫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선관위 라우터들 간의 트래픽 전달 규칙 설정을 건드려서 트래픽이 LG회선으로는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해둔 다음 KT회선을 닫았기 때문에 그때(7:01)부터 선관위는 먹통상태로 되었습니다. 디도스 공격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사이버 대피소

사이버 대피소와 “클린존 서비스”는 전혀 다른 것인데도, 마치 이것이 같은 것처럼 말하면서 사이버 대피소 이동에 무슨 특별한 “기술적인 협조”가 필요한 것처럼 제시했습니다.
사이버 대피소와 클린존 서비스를 의도적으로 혼동하게 만드는 설명

사실, 선관위는 그날 아침 박원순 시장 홈페이지 원순닷컴(wonsoon.com)이 이용한 것과 동일한 사이버 대피소(183.110.0.0)를 이용하였습니다. 원순닷컴은 SK브로드밴드로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SK고객”인 원순닷컴이 KT 사이버 대피소를 이용하는데 기술적 어려움이 있는 것도 아니고, KT로부터 특별한 “기술  지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사전에 대피소 이용에 관한 계약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KT사이버 대피소는 KT고객만 이용할 수 있는가? 그것도 아닐 뿐더러 선관위는 “KT고객”이기도 합니다. 어떤 웹사이트건(SK고객이건, KT고객이건) 당장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는 것이 사이버 대피소 입니다.

사이버 대피소로 이동하니까 8:32에 정상화되더라? 그것도 거짓말입니다. 선관위는 8:39까지 트래픽이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아두고 있었습니다. 애초부터 디도스 때문이 아니라 7시부터 선관위 K사무관이 라우터 설정을 변경하여 트래픽이 “나가지 못하게” 막아서 장애를 만들어냈고, KT측이 사이버 대피소 이동을 권유하니까 마지못해 8:26경에 사이버 대피소로 이동하는 시늉을 한 뒤에도 선관위는 트래픽이 바깥으로 못나가게 계속 막아두고 있다가 8:39:32에야 정상으로 되돌려 놓았고 그때부터 접속이 가능했습니다.

검찰의 은폐 조작

이상 설명드린 내용 대부분은 실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미 드러났었습니다. 그날 아침 선관위 직원이 여러차례 DB서버에 접속한 사실까지도 수사과정에서 드러났었습니다. 그러나 최구식 의원의 진주고 후배인 김봉석 부장검사는 이 사건을 “디도스로 인한 접속장애”로 포장하여 수사발표를 하였습니다. 최재경 중수부장(최구식 의원의 사촌 동생)도 은폐 조작에 개입되어 있는지는 제가 알지 못합니다.

30. March 2012 by youknowit
Categories: 보안, 선관위 접속장애 사건 | 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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